이회성(70) 고려대 에너지 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 국제 환경기구 수장이 됐다. 이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이다.
환경부는 6일 오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 선거에서 이 교수가 6대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달부터 2022년까지 7년간 IPCC 업무를 총괄하면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수립 등을 책임진다. IPCC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표적인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이다.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사용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번 선거에는 한국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시에라리온 등 6개국 후보가 경쟁을 벌여 1차 투표에서 한국(45표), 벨기에(32표), 스위스(30표), 미국(19표)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2차 결선 투표에서 56표를 얻은 벨기에 후보를 이 교수가 22표 많은 78표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투표에는 IPCC 195개 회원국 중 135개국(1개국 기권)이 참여했다.
이 교수는 1992년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다루는 제3실무그룹 일원으로 IPCC와 연을 맺은 뒤 이 그룹 공동의장, 2008년부터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역량을 발휘했다. 정부는 이번 선거를 위해 정홍상 기상청 차장을 수석대표로 환경부, 외교부, 기상청 당국자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해 막판 표심 확보에 애썼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IPCC 연구에 더 많이 참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IPCC 의장을 배출한 나라가 된 만큼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무게감을 더 느끼고, 친환경 정책을 펼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미국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78년 미국 정유회사 엑손에서 경제분석가로 근무한 뒤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자문위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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