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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최고법원 개인정보 역외보관 금지에 미 IT업체들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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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최고법원 개인정보 역외보관 금지에 미 IT업체들 비상

입력
2015.10.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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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기업이 개인정보를 자국에 보관하는 것을 무력화시킨 오스트리아 대학생 막스 슈렘스(왼쪽)가 6일 룩셈부르크의 유럽사법재판소에 변호사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룩셈부르크=AP
/미국 IT기업이 개인정보를 자국에 보관하는 것을 무력화시킨 오스트리아 대학생 막스 슈렘스(왼쪽)가 6일 룩셈부르크의 유럽사법재판소에 변호사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룩셈부르크=AP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EU와 미국 간 정보공유협정인 ‘세이프 하버’(안전 피난처)를 무효화면서 유럽에 진출한 페이스북과 구글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개인정보를 축적해 광고 등 수익사업에 이용하는 미 IT 기업들의 사업 방식이 EU에서 난관에 부딪혔고 유사한 결정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EU와 미국 간 전자상거래 등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이프 하버 협정이 백지화되면서 유럽에 진출한 약 4,400개의 미국 IT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밝혔다.

EU 최고법원은 전날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00년 체결된 세이프 하버 협정을 ‘무효’로 판결했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통신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서버로 전송된 EU 시민의 개인정보가 해킹을 통해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제시했다.

이처럼 파문이 큰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법대생 막스 슈렘스다. 슈렘스가 주도하는 시민단체는 2013년 7월 아일랜드 정보보호청에 페이스북과 애플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고발했고, 아일랜드 법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세이프 하버 협정의 유효 여부와 불법적 정보 전송을 차단할 수 있는 개별 국가정부의 권리 등에 대한 판단을 EU 법원에 요청했다.

FT는 EU 최고법원의 판결로 미 IT 기업들이 EU 회원국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럽에 대한 사업계획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미 IT기업들은 그 동안 세이프 하버 협정을 근거로 EU 시민의 급여와 연락처, 온라인 구매목록, 사이트 방문기록 등 개인정보를 미국 서버로 전송 받아 활용해왔다. 미 IT 기업들은 이러한 대량 정보를 축적, 분석함으로써 EU 소비자에 맞는 맞춤별 광고와 세대별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EU 최고법원의 결정으로 당장 미 IT 기업들에게 생명줄 같은 개인정보를 EU에서는 수집하기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미 IT 기업들은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FT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유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BM,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등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유럽 내 사업의 법적 기반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신 유럽 현지에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야 전문가인 소셜베이커즈의 레자브 회장은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수백만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과 달리 자금력이 부족한 미 IT 중소기업은 EU 시장 진출 자체가 아예 막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EU와 미국 간 IT 사업은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IT업계는 이날 EU 법원 판결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미국 워싱턴시의 정보통신혁신재단은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을 도끼질로 자르는 것을 제외하고 이번 (EU 최고법원의) 결정보다 미-EU 간 전자상거래에 더 큰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을 대표하는 컴퓨터ㆍ정보통신 산업협회의 유럽 사무총장인 크리스 보르그렌은 “세이프 하버 협정의 무효화가 유럽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EU와 미국 간 개인정보 전송을 중지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면서 “미국과 진행할 정보공유 협정 개정 작업에서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면 양측 간 정보 전송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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