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작 10년 "번 돈 없어 가능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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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작 10년 "번 돈 없어 가능했죠 ^^"

입력
2015.10.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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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극작과 출신 9명

"연극의 진짜 실험은 희곡에서 시작, 극작가가 책임지는 작품 만들자"

매년 주제 정해 각자 단막극 쓰고

합평하고 고치는 '독 플레이' 수년째

멤버들 연출가·편집자·카피라이터… 대학로·홍대 일대선 '기승전독' 평

"10년 더 놀아보자" 의기투합

(왼쪽부터) 창작집단 독의 김현우 조인숙 임상미 조정일 유희경 김태형씨, 독의 상임연출가를 자청하는 김현우 씨는 "창단 10년을 맞아 공동 창작한 작품을 모두 연극으로 선보이는 '독 플레이 페스티벌'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소설 ‘두근 두근 내인생’의 작가 김애란, 뮤지컬 ‘빨래’의 연출가 추민주씨가 보송보송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생이었던 시절, 대학에서는 그들보다 잘 나갔던 “주류”들이 따로 있었다. 김씨의 애인이자 훗날 남편이 된 극작가 고재귀(41),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를 연출한 김현우(38), 배우 조재현이 운영하는 극장 수현재의 캐시카우가 된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를 쓴 극작가 박춘근(43)씨다. 이들을 비롯해 극작과 출신 조정일, 김태형, 유희경, 천정완, 조인숙, 임상미씨 등 9명은 연출과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2005년 12월 ‘희곡 창작집단 독’을 만들었다. 이들은 창작극이 외면 받는 국내 연극 현실에서 공동으로 희곡을 써왔다.

창작집단 독이 결성 10년을 맞았다. 5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만난 이들은 10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공동창작으로 번 돈이 없어 분란이 나지 않았기 때문”(김현우)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당선된 조정일(39) 독 대표는 “희곡이 존중 받는 프러덕션을 만들자는 고민에서 출발한 모임”이라며 “국내 공연계에서는 연극의 실험이나 변혁이 연출이나 배우 위주로 이뤄지는데, 진짜 실험은 작가가 쓰는 희곡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프러덕션에서 연극 실험의 시작과 끝을 극작가가 책임지는 작품을 만들자는 의도”라고 소개했다.

푸른숲, 사계절 등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최근 1인 출판사를 차린 김태형(38)씨는 “공동창작에 최적화된 사람들”이라며 “욕심 없고 남들 배려하는 ‘양반’이라 갈등이 없다. 수년을 함께하면서 공동창작 노하우도 쌓였다”고 덧붙였다. 집단 토론으로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각자가 20여분 분량의 단막극을 쓰고 2주에 한 번씩 모여 합평하며 함께 고치는 ‘독 플레이’를 수년째 운영한다.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를 낸 시인이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편집자인 유희경(35)씨는 “다른 사람의 희곡이 어떻게 출발해 전개되는지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쓴 작품이 ‘서울역’ ‘사이렌’ ‘당신이 잃어버린 것들’ ‘터미널’ 등 4개의 옴니버스 연극으로 만들어져 대학로 수현재,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 등 상업극장 노른자위에서 잇따라 공연됐다. 프로 극작가와 연출가, 출판사 편집자, 광고 카피라이터 등 멤버들의 “워낙 넓은 활동반경”에 힘입어 대학로와 홍대 일대 인디문화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는 ‘기승전독’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10주년을 맞아 연극 ‘터미널’(전인철 연출ㆍ극단 맨씨어터 제작)이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터미널이란 공간을 9명의 작가들의 시선으로 푼 옴니버스 연극이다. 아버지와 남동생을 30년간 뒷바라지한 여자의 사연(김태형 작 ‘러브 소 스위트’), 두 남녀의 우정과 사랑(유희경 작 ‘전하지 못한 인사’), 가족을 위해 평생 땀 흘린 아버지가 늙은 소가 돼 우시장에 팔려가는 이야기(천정완 ‘소’) 등 9편이 이어진다.

독의 공동 희곡집 ‘당신이 잃어버린 것’(도서출판 제철소)도 다음달 23일 출간된다. ‘터미널’을 비롯해 ‘로스트’ ‘사이렌’을 주제로 쓴 단막극 26편을 묶었다. 희곡집은 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도 당선됐다.

“극작은 연극판에서 상대적으로 외로운 작업이거든요. 얼마 전 모임에서 재귀 형이 ‘10년 만 같이 놀자며 ‘독’을 만들었는데 진짜 10년 잘 놀았다’며 ‘10년만 더 놀아보자’고 하더라고요. 같이 노는 거, 이게 10년 함께 갈 수 있는 비결이겠죠.”(조정일)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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