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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봄이] 서킷 뒤의 키다리아저씨 ‘미케닉’

입력
2015.10.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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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들에겐 몸 상태를 살펴 주고 다쳤을 때 달려 나가는 의료진이 있다면 차량과 한 몸인 드라이버 뒤엔 차량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 주는 존재 ‘미케닉(mechanic)’이 있습니다.

축구나 야구 같은 일반 스포츠와 달리 모터스포츠는 차량을 이용한 스포츠인데요, 아무리 드라이버가 완벽하다 해도 차량이 정상 작동 해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미케닉은 경기 준비 단계부터 경기 끝날 때까지 드라이버와 함께 항상 호흡하며 차량에 생기는 아주 작은 문제까지도 살핍니다. 드라이버가 안전하게 경기를 마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미케닉이 없다면 레이싱 경기에 참가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미케닉의 존재 가치는 상당히 크죠.

실제로 미케닉이 없었다면 경기 출전이 불가능했을 경험도 많습니다. 지난해 경기 준비 중 차량의 엔진온도가 너무 높게 치솟아 엔진의 작동이 멈춘 경우가 있었는데요. 하필 이날이 예선 경기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일단 만일을 대비해 챙겨 온 엔진으로 교체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갑작스레 엔진을 교체한다는 건 산골마을에서 예정에 없던 해산물 잔치를 벌이는 것만큼 쉽지 않은데요. 이 때 미케닉의 힘이 발휘됐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엔진 교체 작업은 일반적으로 2~3일이 걸리는 큰 작업이지만 팀 미케닉들은 밤을 꼴딱 새며 예선 경기 전 엔진 교체를 마무리했죠. 리프트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매우 힘든 작업이었지만, 능력 있는 미케닉들이 없었다면 저는 결국 기권을 하고 말았을 겁니다.

최근에는 경기 직전 위기가 발생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하던 중 브레이크에 결함을 느꼈는데요. 마지막 연습 후 경기에 바로 투입이 되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당황했었는데요. 경기 시작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생긴 이 위기 역시 미케닉의 ‘마법의 손’ 덕에 돌파했습니다. 브레이크 캘리버에 이상이 있음을 빠르게 파악한 미케닉들은 빠르게 새로운 브레이크로 교체했습니다. 그 덕분에 또 한 번 기권할 뻔한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미케닉의 임무는 차량 수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케닉의 큰 역할 중 하나인 차량 세팅은 수리 이상으로 중요한 임무입니다. 레이싱에 참여하는 차량의 세팅은 일반 차량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차량의 타이어나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 모든 부품들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 하나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경기 전 연습을 하면서 담당 미케닉과 무전으로 송신하며 차량의 문제와 느낌을 공유하고 경기에 최적화된 세팅을 하게 되죠.

드라이버들에게 미케닉은 그야말로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완벽한 연습을 위해 누구보다도 서킷에 먼저 나가 차량의 컨디션과 드라이버들의 연습환경을 살펴주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모든 정리를 도맡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드라이버와 함께 울고 웃는 존재가 되곤 하죠.

온몸이 타 들어 갈만큼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도, 떠내려갈듯한 폭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 주는 미케닉이 있어 드라이버는 항상 든든하게 서킷을 달릴 수 있습니다.

여성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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