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포스트시즌 무대는 선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물론 정규시즌 동안 꾸준하면 좋지만 주춤했을지라도 큰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특히 FA(프리에이전트)를 앞둔 선수에게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당시 두산 최준석(현 롯데)이었다. 최준석은 정규시즌 100경기에서 타율 0.270 7홈런 36타점에 그쳤지만 '가을 야구'를 할 때는 무려 6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그 결과 시즌 종료 후 롯데와 4년 35억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FA 계약을 했다.
올해 FA 시장에는 대형 선수들이 쏟아지고, 대부분 가을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 SK 마무리 정우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앞서 "시리즈가 끝난 후에도 신경 쓸 일이 많다"며 "후반기(3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6.86)에 안 좋았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FA 대박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정우람을 비롯해 투수 채병용과 윤길현, 내야수 박정권, 외야수 박재상, 포수 정상호가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투수와 달리 시즌 중반까지 부침을 겪었던 야수들은 3년 만에 밟는 가을 무대에서 뭔가 보여주지 않는다면 협상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다.
넥센도 마무리 손승락이 건재함을 뽐낼 필요가 있다. 손승락은 전반기 36경기에서 3승3패16세이브 2.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22경기에서는 1승3패7세이브 평균자책점이 6.33을 찍었다. 이 기간 1군에서 말소되는 아픔도 겪었다. 넥센은 필승조에 한현희와 조상우 '영건 듀오'가 있지만 베테랑 손승락이 중심을 잡아줘야 본인도 살고 팀도 산다.
FA 재자격을 얻는 캡틴 이택근도 "팀이 힘들 때 (부상으로) 빠져 주장이자 선수로서 미안했는데 이를 만회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최다 안타왕(188개)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유한준에게는 일종의 보너스 경기로 다가온다.
1~3위 팀 FA들도 잭팟을 터트리기 위해 이번 포스트시즌을 벼르고 있다. 유독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두산 간판 타자 김현수는 "가을 야구에서 항상 내가 못해 키 플레이어였는데 올해는 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주장 박석민 역시 앞선 사례를 비춰볼 때 통합 5연패 달성 여부가 그의 겨울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팀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이상 투수)은 우승 프리미엄과 함께 FA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구단의 만족스러운 제시액에 큰 고민 없이 도장을 찍었다.
사진=SK 정우람(왼쪽)-넥센 손승락.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