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비디오 판독 도입 등 WTF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성공
올림픽 핵심 종목으로 성장시켜
"더 큰 일 위해 IOC위원 도전 의향"
2004년 6월 세계태권도연맹(WTF) 수장에 오른 조정원(68) 총재는 지난해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1983년 한국대학탁구연맹 회장을 시작으로 체육계와 30여년간 인연을 맺었지만 태권도는 11년째다. 그 동안 룰 개혁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결과 태권도는 올림픽 핵심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월에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에 포함되는 쾌거를 이뤘다. WTF에 따르면 내년 8월 리우 올림픽의 태권도 종목 첫날과 마지막날 티켓은 이미 지난 7월에 48%가 판매됐다. 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있는 WTF 서울본부에서 만난 조 총재는 “이제는 태권도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예(禮)의 스포츠로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태권도를 통한 휴머니티를 실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애재단 설립 박차…종주국도 반성해야
조 총재가 그리는 꿈은 태권도를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지구촌 휴머니티의 매개체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그는 “처음 총재를 맡았을 때 170여개국이던 WTF 가맹국이 현재 206개국으로 전 스포츠를 통틀어 축구 다음으로 수련인구가 많다”면서 “위상에 걸맞게 태권도를 한 차원 높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 올 연말 안에 설립을 목표로 하는 국제 비영리 재단이다. 조 총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계 각국의 유소년들에게 올림픽 스포츠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올림픽 국제경기단체 가운데 최초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 총재는 “해외 어느 나라를 가 봐도 태권도 열기는 뜨겁고, 거기에서 비롯된 한류 열풍은 실로 대단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도 태권도를 비인기 종목, 재미없는 종목이라는 선입견이 남아 있는 종주국의 아이러니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 총재는 “축구, 야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우리 태권도에 소홀히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언제까지 한국 사람이 총재를 할 수 있겠는가. 개인도 기업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하게 나를 활용해야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개혁의 11년…“재미 없는 태권도는 가라”
조 총재는 “일단 리우올림픽까지는 현행 룰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밝혔다. WTF 개혁의 핵심은 전자호구 도입이었다. 아울러 비디오판독을 시행했고 재미와 박진감이 넘치는 태권도를 위해 조 총재는 취임 이듬해부터 경기 규칙을 개선해 왔다. 그 결과 태권도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거듭났다. 난이도와 상관없이 1~2점이었던 득점을 최대 4점까지 차등화해 종료 1초를 남기고도 역전이 가능해졌다. 또 경기장을 사방 12m에서 10m, 8m로 축소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했다. 경기장을 정사각에서 팔각형으로 바꾸고, 미디어 노출 효과 극대화를 위해 색깔 있는 경기복도 도입할 계획이다.
“장애인 선수가 건네준 선물 잊지 못해”
조 총재는 “내가 11년 동안 WTF총재로 있으면서 선수에게 선물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지난달 17일 터키 삼순에서 열린 제6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본부석에 앉아 있던 그에게 한 선수가 조그마한 액자를 내민 것. 조 총재는 “자수 액자였는데 그 조막손으로 3주 동안 수를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조 총재를 감동시킨 여자 선수는 선천성 장애로 오른 팔이 거의 없는 우크라이나의 빅토리아 마르축(25)이었다.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조 총재는 “내가 받은 어떤 선물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것”이라면서 “장애인올림픽종목에 태권도를 포함시키기 위해 애쓴 보람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현역 육군 소장인 예멘의 태권도협회장이 조 총재를 직접 찾아와 태권도의 개혁에 앞장서준 데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조 총재는 “과거에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 때 예멘 선수들은 모두 예선에서 떨어졌는데도 그런 인사를 전해 와서 놀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IOC 위원…“기회 되면 더 큰일 할 생각”
태권도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조 총재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출 여부다. 총 정원 115명의 IOC 위원 중 조 총재와 같은 IF(국제경기단체) 수장 몫은 15자리로 그 가운데 결원이 생기면 후보지명위원회의 추천과 집행위원회 승인, 총회 찬반투표를 거쳐 IOC 위원이 된다. 현재 한국인으로는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과 문대성(39) 새누리당 국회의원 2명뿐인데 문 위원은 2016년 8월로 임기가 끝나며 차기 IOC 위원 선출은 2016년 8월 리우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이뤄진다. 조 총재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처럼 출마해서 되는 자리는 아니다. 내 의지는 신청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전제한 뒤 “(IOC위원)신청은 한 상태다. IF 수장으로 국제스포츠 발전에 의사 표현하고 싶고, 임무가 주어지면 더 큰일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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