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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매파의 경계에도… 국채 금리 떨어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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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매파의 경계에도… 국채 금리 떨어지는 이유는

입력
2015.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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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부진·美 금리 동결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 퍼져

국고채 금리 최저치 경신 행진

외국인 순매수하며 시장 복귀

15일 금통위 회의에 관심 집중

美 금리 인상 땐 자본유출 우려도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국채가격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시장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과 미국 금리인상 지연에 따라 기준금리가 조만간 추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려는 한국은행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행보가 무색한 상황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내림세로 돌아선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이후 사상 최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연 1.674%로 지난달 3일 종전 최저치(연 1.692%)를 경신한 뒤 30일 연 1.568%까지 떨어졌다. 지난 5일엔 만기 5년 이상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에 따라 다른 채권 금리도 하락 추세다. 통화안정증권(만기 91일) 금리는 지난달 초 대비 0.038%포인트(연 1.550%→1.512%), 회사채(AA-등급, 만기 3년)는 0.07%포인트(연 1.989%→1.919%) 각각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졌다는 건 채권 가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채권 강세를 부추기는 주요인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수출을 위시한 국내 경기가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다시금 경기부양 차원의 통화완화 정책이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생겼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채권을 빌려 가격 하락(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채권 대차거래의 지난달 말 잔량(25조원)이 올해 월평균(29조원)보다 4조원이나 적은 것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채권금리 인하' 전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동결에 따른 달러화 강세 완화로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위험이 감소한 점도 채권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5일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은 전망치(2.8%)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미국이 지난달 금리를 안 올렸으니 한은에 추가 금리인하 기회가 있다는 주장과는 생각을 달리한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지만 시장의 기대는 좀처럼 불식되지 않는 형국이다.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되거나 성장률 목표치가 내려가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주장이 항상 힘을 얻어왔고 대부분 현실화됐다"며 "당국자들의 말 몇 마디로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시장을 설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채권시장 강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 및 신흥국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보이던 미국 역시 금리인상을 결행할 만큼 회복세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요국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신흥국 국채가 투자자금 유출로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한국 국채 금리는 유일하게 하락하면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채권 8,545억원어치를 순매도(만기상환분 제외)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 1조4,507억원, 지난달 1조7,9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에 복귀하는 모습이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경기 위기 요인인 원자재 가격 하락이 수출·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저물가 기조로 물가 상승에 따른 채권수익률 잠식 위험이 낮아진 점도 채권시장의 ‘장기 호황’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국내 채권금리의 지속적 하락으로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차가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 등의 충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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