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사 산하 협력전략회의서
北조선적십자사가 정회원으로 승인
3년간 1000만불 지원 검토
북한, 국제기구 통해 원조 받게 돼
남북대화 재개 등 긍정 영향 기대
대한적십자사가 남북한 간 직접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의 일환으로 대규모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향후 3년 간 우선적으로 1,000만달러(한화 약 11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고, 남북협력기금 등 정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지원 우회로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한적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사 연맹 산하 ‘협력합의전략회의’에서 정회원 승인을 받았다. 전략회의는 국제적십자사 차원에서 북한 지원을 목적으로 만든 회의체로, 독일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나라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비공개로 운영되는 이 회의체는 북한의 동의가 없으면 진입이 어려운 구조여서 북한 조선적십자사가 이번에 한적을 정회원으로 승인한 것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적 관계자는 “그간 북한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아 회의 옵저버 위치였는데, 이번에 정회원국으로 승인되면서 북한을 다자 채널 하에서 대규모로 지원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적의 정회원을 승인한 배경에는 정부의 대북 지원 재개를 수용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8ㆍ25 합의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적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3년간 북한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검토하는 등 장기 프로젝트로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적 자체 예산으로는 대북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남북협력기금 등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정부가 한적을 매개체로 해서 북한의 대북 지원 수용 의사를 탐색한 것으로 안다”며 “남북대화 재개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일부는 최근 대북 지원 기조를 쌀이나 비료 등 특정 물품을 전달하는 일회성 구호나 지원이 아닌 민생 개발 협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도 그에 맞는 구체적 협력 사업별로 집행하겠다고 해서 주목된다. 한적을 통한 장기적인 대북 지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 직접 지원은 정치적 영향에 의해 너무 좌우되고 퍼주기라는 비판을 살 가능성이 있었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투명한 사후 관리가 보장되는 방식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도 가능하고 이는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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