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노벨 물리학상도 일본 과학자가 수상했다. 올해 노벨상 발표 첫날인 5일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특별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틀 연속 일본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등 일본 과학계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뉴트리노(중성미자) 진동실험으로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물질 내부 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꿨다”며 가지타 다카아키(56) 일본 도쿄대 교수와 캐나다 퀸스대학의 아서 맥도널드(72) 명예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도 일본 과학자들이었다. 고효율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조명기술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아카사키 이사무(85) 메이조대 종신교수 등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날 가지타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24명(미국 국적 2명 포함)으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물리학상이 11명으로 가장 많다. 일본은 화학상(7명), 생리의학상(3명), 문학상(2명), 평화상(1명) 등 경제학상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에도 평화헌법을 지킨 일본 국민(평화상)과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상)가 후보로 거론돼 일본의 추가 수상자가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가지타 교수와 맥도널드 교수의 업적에 대해 “오랫동안 질량의 유무를 놓고 논란이 된 중성미자가 미미하게나마 질량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입자물리학의 역사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와 거의 반응하지 않고, 지구 조차도 그대로 통과해 버려 관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소립자로 알려졌었다.
특히 가지타 교수는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의 공동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89)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기후현의 폐광산 지하 1,000m에 물을 채워 넣어 설치한 관측 장치 ‘카미오칸데’에서 고시바 교수와 함께 중성미자 실험에 참여했었다.
중성미자 연구는 올해까지 4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물리학상의 단골 연구 분야로 자리잡게 됐다. 일본의 카미오칸데 실험에는 김수봉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가 참여한 바 있으며, 김 교수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에 수상한 과학자들의 연구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우주를 연구하는 데 새로운 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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