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모 녹음파일 있다" 홍 측 압박
성완종 배달확인 녹음은 없는 걸로
‘성완종 리스트’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61) 경남지사 측이 1억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3차례 회유한 정황을 검찰이 법정에서 전격 공개했다. 검찰은 회유 과정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한 사실도 밝혀,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진행된 3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홍 지사 측이 윤씨의 돈 전달 진술을 막으려 3차례 회유를 시도했고, 이에 윤씨가 스마트폰에 남긴 녹음 파일이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중하순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씨를 만나 쇼핑백에 든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 지사 측근인 경남 소재 대학 총장 엄모(59)씨는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 출범 하루 전인 올해 4월 11일 윤씨에게 1차로 진술 회유를 시도했다. 검찰은 “(그날은) 윤씨에 대한 조사가 없어 (금품 수수) 실체를 알지 못하면 그렇게 구체적 내용으로 접근할 수 없는 회유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엄씨는 수사팀이 다음날 출범해 비밀장부 등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같은 달 13일 재차 윤씨를 상대로 2차 회유에 나섰다.‘누가 대신 받은 걸로 하자’는 등 구체적인 진술 가이드라인을 주고, 변호인 선임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윤씨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김해수(58)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나서 3차 회유를 시도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윤씨는 두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서 엄씨의 회유 내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성 전 회장과 그의 ‘금고지기’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 핵심 수행비서 이용기(43)씨 등 3명이 성 전 회장이 자원개발 비리 사건으로 수사 받을 당시 ‘그 당시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썼지?’라며 자금 용처에 관해 얘기하면서 홍 지사의 이름을 언급한 대화 녹음 파일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윤씨가 투병 중인 병원을 찾아 1억원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했다는 대화 녹음 파일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8일 열린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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