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추진 영일만관광단지
부지 내 산림훼손 논란으로 '암초'
환경영향평가 '보완' 통보…
연말 착공 계획도 해 넘길 듯
재단 측 "27홀 계획 골프장 18홀"
규모 축소·산림훼손 최소화 입장
덕성여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덕성학원이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일대에 추진 중인 대규모관광단지 조성이 산림훼손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학원과 포항시는 학교재정 확충과 환동해 글로벌 해양관광도시 조성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이 자칫 무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덕성학원은 지난 7월 대구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접수했으나 지난달 보완 지시를 받았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영일만관광단지 내 계획된 골프장 2곳이 ‘울산 울주군 백운산에서 포항 호미곶까지 이어지는 호미지맥을 절단한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 단지 내 건축물을 분산해 건립하면 수목 훼손이 심각해지고, 사업 계획 일부가 2020 포항시기본경관계획과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성학원이 대구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도 관광단지 개발로 21만3,899그루의 소나무 등이 훼손될 것으로 예상됐다.
영일만관광단지가 들어서는 동해면 일대는 덕성학원이 1960년대 대학 재정 확보를 위해 매입한 부지로, 그 동안 이곳에서 생산한 수목을 매각해 학교재정에 보탰지만 수익성이 낮아 관광단지 조성에 나섰다. 임목사업을 했던 산지라 20년 이상 관목숲이 울창하다. 이번 환경영향평가에도 전체 300만㎡ 부지의 녹지자연도가 6등급 56.85%, 7등급이 40.8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지자연도는 총 11등급으로 분류하며 숫자가 클수록 보존가치가 높은데 8등급 이상만 돼도 녹지보전지역으로 개발 자체가 제한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덕성학원이 전전긍긍하고 나섰다. 지난달 초 김목민 이사장은 포항까지 직접 달려와 이강덕 시장을 만나 관광단지 조성사업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포항시청 산림녹지과에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을 채용했다가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에 해당 자진사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단 측은 일단 당초 27홀로 계획한 골프장을 18홀로 축소하는 등 사업규모를 조정해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학교법인 덕성학원 관계자는 “자연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친환경 추세에 맞춰 관련 기관과 협의해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광단지 조성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경북도와 포항시도 애를 태우긴 마찬가지다. 양 자치단체는 지난해 7월 덕성학원과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고 포항시는 덕성학원측에 시청사 내 사무실까지 무상 임대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연말 착공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경북도에 관광단지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빨라야 내년 초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지전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덕성학원을 비롯해 유관기관들이 잘 협의하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포항 남구 동해면 발산리 산 27-3번지 일대 558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0만㎡에 5,416억원을 들여 호텔과 골프장, 오토캠핑장, 힐링센터, 식물원, 워터파크 등을 갖춘 종합 휴양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1,000억원은 현재 재단이 보유한 자산을 투자하고 1,000억원을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충당할 계획으로, 나머지 3,000억원 정도는 중국 등 해외 부동산 개발업체나 국내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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