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YB(윤도현밴드). 쇼노트 제공

“박수 좀 쳐 주세요!” 1995년 한 지상파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서 기타를 둘러 맨 청년이 방청객을 향해 소리쳤다. 자신의 무대에 집중하지 않던 방청객을 향한 멋쩍은 투정이었다. “아아 나는 타잔~”투박한 목소리로 ‘타잔’을 불렀던 윤도현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같은 해 함께 공연했던 팀을 꾸려 윤도현밴드를 결성했고, 팀도 올해 ‘스무살’이 됐다. 2006년 팀 명을 YB로 바꾼 윤도현은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허준(기타) 스캇(기타)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 5일 ‘스무살’이란 신곡을 낸 YB가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뷔 20주년 소감과 이달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릴 공연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청년다운 모습으로 계속 찾아 뵙겠다”는 박태희의 말처럼 YB는 식단을 고를 때 신경전을 벌였던 일 등 유머를 발휘하며 현장을 시종일관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스물여섯, 1995년에 윤도현을 처음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다. 성수대교 무너지고 삼풍백화점 무너져 있던 때다. 처음 서울의 이미지가 참 암울했는데 그 암울함을 뚫고 저에게 빛을 안겨준 윤도현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김진호)

“YB의 20년 중 15년을 함께 했다. 이제 밴드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연할 때나 음악 만들 때 예전보다 훨씬 재미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재미있게 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음악을 같이 하면 좋겠다.”(허준)

“10년 동안 이 밴드에 있었다. 이렇게 20년 동안 같이 할 수 있는 밴드가 없다. 이런 밴드에 같이 있게 돼서 자랑스럽다.”(스캇)

-20년 동안 팀을 함께 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

“이렇게 20년까지 할 줄 몰랐다. 계속 오래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그냥 하다보니까 20년이 된 것 같다. 우리끼리 문제가 생기면 잘 풀려고 노력했다. 제일 중요한 건 서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같았다는 점이다. 수익분배도 잘 했던 것 같다(웃음). 멤버들도 모나거나 악한 사람들이 없어서. 서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오래 가는 게 아닐까 싶다.”(윤도현)

“멤버들 개성이 다 달라서 오래 갈 수 있었던 것 같다.”(김진원)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2년 했던 평양 공연이 떠오른다. 2000년 잠시 해체했을 때 공연도 기억난다.”(박태희)

“멤버들이 그 때 다 울었다.”(윤도현)

“난 YB 부산 록페스티벌 공연이 생각난다. 처음 YB에 합류해서 했던 공연이다.”(허준)

“ ‘나는 가수다’ 무대다. 짧은 시간에 뭔가를 해내야 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단합도 잘 돼서 좋았다. 절에서 공연한 것도 기억난다.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스캇)

“나도 평양공연이 생각난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공연이라 기억에 남는다. 유럽 투어를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외국으로 공연을 하러 나가는 시초가 되었던 것 같다. 외국으로 나가는 도전들이 저희한테 음악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던 것 같다.”(김진원)

-미국에서 한 공연 성과는 어떤가.

“올해 스매싱펌킨스와 미국 투어를 같이 했다. 외국 공연이 어려운 길이더라. 할리우드 스타도 아니고 해외에 팬덤이 있는 것도 아니잖나. 미국가면 처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내야 하는 처지고, 젊은 나이도 아니고. 쉽진 않더라. 그동안 해온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성과를 보려고 노력중이다. 내년 5~6월에 미국에서 정규앨범을 낼 계획이다.”(윤도현)

-힘들었던 순간은.

“2000년도에 해체했을 때다. 해체 즈음해서 해체까지 정말 힘들었다. 해체하고 나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꿈이 정말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다.”(윤도현)

“식사할 때 짜장면과 짬뽕 둘 중에 하나 고를 때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그런게 가장 힘이 들었다(웃음).”(박태희)

“2003-4년에 활동 시작부터 오른손을 다쳤지만 공연 내내 멈추지 않고 계속 갔던 것이

힘들었다.”(김진호)

-록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록음악이 주류음악과는 멀어진 상태다. 후배들이 이걸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라'라는 말 대신 우리가 끝까지 열심히 해서 버티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웃음).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윤도현)

-YB의 앞으로의 20년은.

“69년생이다.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다음 세대들과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 다음 세대라고 말 할 수 있는 밴드와 멋진 투어를 하고 싶다. 우리가 머리가 더 하얘지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졌을 때 건장하고 상큼한 밴드와 투어를 하는 꿈을 꾸고 있다.”(박태희)

“계속 현장에 있는 뮤지션으로, 무대에서 숨쉬는 밴드가 되고 싶다.”(허준)

“올해 20주년이라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20년 후를 상상하니 웃음이 나오더라. 우리 모습이 우스울 것 같고. 앞으로의 20년으로 가는 그 과정이 기대된다는 면에서 그런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20년을 터닝포인트 삼아서 또 다른 시작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오래 활동한 밴드니까 이정도면 됐지 않나 이제 편하게 살면 어떠냐 하는 얘길 듣기도 한다. 그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다르다. 건강하게 음악해서 나중에 외국에 있는 오래된 장수밴드처럼 한국에서도 그런 밴드로 남아서 활동하고 싶다.”(윤도현)

“몸이 스무살이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정신의 건강을 잘 지키면서 늙어가겠다. 미국의 에어로스미스같이 되고 싶다. 여전히 10대의 록음악 아이콘이다. 아직 한국에는 없는데 그런 아이콘이 되고 싶다.”(김진원)

-해외에서의 활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시선도 있는데.

“모든 것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많이 못 버는건 경제적으로 낭비일 수도 있지만 그런 도전을 안 하고 왔으면 20년 동안 못 왔을 거다. 어려움을 돌파해내면서 우린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김진원)

-월드컵과 '나는 가수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월드컵과 '나는 가수다'가 우릴 살렸다. 덧붙인다면 그것만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안됐을 것 같다.(웃음)어제 신도림역에서 공연(지하철 프로모션)했는데, 정말 좋았다. 왜 YB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시 찾았다. 대중들 앞에서 가까이 노래하는 희열을 다시 느꼈다. 더 거리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윤도현)

-이번 공연에 담고 싶은 것은.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무대 디자인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20주년 공연이니, 멤버 5명이 다섯 파트로 무대를 꾸릴 예정이다. 20주년 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카테고리로 나눠서 무대를 만들었다. 멤버들이 직접 만든 영상이 공연과 공연 사이에 플레이된다.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꾸릴 생각이다.”(윤도현)

-소속사(디컴퍼니)대표(윤도현)로 새로운 계획은.

“올 웨이브스라는 페스티벌을 준비중이다. 이 페스티벌은 기존 페스티벌서 볼 수 있는 라인업은 아니다. 잘 볼 수 없었던, 음악을 잘 하는 언더그라운드팀을 많이 소개하는 페스티벌이다. 영어권 아티스트를 초청해 이틀 동안 열린다. 다양한 음악을 전달하고자 참여했다.”(윤도현)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유해린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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