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전문업체 네파는 직원 채용 때 인적성 검사를 없앴다. 직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해 면접 기회 조차 얻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이력서에 어학 점수 기재란을 삭제했고, 어학 능력이 필요한 부서는 면접 때 실무 능력을 확인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불필요한 스펙쌓기 부담을 덜도록 한 것이다. 채용시 연령 학력 성별 제한도 없다.
물류서비스 업체 DHL코리아는 특성화고인 항만물류고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천공항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에 이 학교 졸업예정자를 채용하고 있다. 청구서와 관련한 고객 응대 직무에 콜센터 근무나 고객상담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여성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 수준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스펙을 줄이고, 직무역량에 따라 능력 중심의 채용을 실시하는 중견ㆍ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 등 23개 기관은 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능력중심 채용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고용노동부, 교육부, 대한상의 등이 추진한 협약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 네파, 디에이치아이, 아가방앤컴퍼니, 유빈스, 제너시스BBQ, 한글과 컴퓨터, 포워드벤처스(쿠팡) 등 7개 중견ㆍ중소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불필요한 스펙과 개인정보 요구를 줄이는 대신 블라인드 면접과 심층 면접 방식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보다 많은 응시기회를 주고 있다. 또 맞춤형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고교ㆍ전문대 출신을 뽑고 있다.
이번에 협약을 맺은 19개 기업 채용사례를 보면 수협은행, 신한은행, 쿠팡, 현대모비스, 현대카드, CJ E&M, HDC현대산업개발, LG화학 등은 어학 항목을 자체 폐지하거나 완화했고, CJ E&M은 직무 연관성이 낮은 대외활동ㆍ경험에 대한 가점을 없앴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중견ㆍ중소기업까지 협약에 참여한 것은 사회 전반에 능력중심 채용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들이 ‘탈락사유 피드백’과 ‘채용심사 기준ㆍ과정’을 공개하면 채용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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