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백 '교남 55+가리봉 137'전
전시장 천장에 오래돼 찢어진 벽지가 무더기로 매달려 있다. 벽지 위에는 어린아이가 쓴 듯한 크레용 낙서가 쓰여있고 인테리어 업체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리저리 찢기고 때가 탄 흔적은 지난 세월의 무게를 드러낸다. 연기백의 ‘교남 55+가리봉 137’은 서울 교남동과 가리봉동의 낡은 건물에서 벗겨온 벽지를 그대로 전시했다.
6일 개인전 ‘곁집’을 열고 있는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연기백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삶의 흔적을 모으고 있다”고 요약했다. 벽지뿐 아니라 마포대교와 홍대입구역 일대 길거리에 쓰인 낙서, 폐건물에 버려진 비디오 테이프 등을 두루 모았다. 작가는 전시장 1층에 폐건물자재로 ‘곁집 52-106’을 만들고 머물면서 전시장으로 찾아오는 사람과 나눈 삶에 대한 이야기를 녹화해 영상기록으로 남긴다. 대부분 재건축돼 사라질 삶의 터전을 연기백은 살뜰히 벗겨내 차곡차곡 모은다. 11월 28일까지. (02)3448-0100
연기백이 벽지를 벗겨낸다면 조혜진은 벽지를 새로 만든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의 ‘소리공동체’전에 참여한 조혜진의 ‘길음뉴타운’연작은 서울 길음동의 재건축 대상이 된 집 주민들이 집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면 그에 맞는 무늬로 벽지를 만들어 주민들이 새로 이사한 집에 선물하는 프로젝트다. 김다운은 대학로에 설치돼 있던 만남의 탑을 재현해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표현한 가상의 발소리를 탑 가운데 매달린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오래 전 존재했던 만남의 광장이 어떤 장소였는지를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1월 15일까지. (02)760-4604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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