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결실 맺고 신용등급도 역대 최고 수준
이달로 통합출범 6주년을 맞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무구조 정상화 결실을 맺고 있다. 출범초기 100조원이 넘던 부채 탓에 ‘부채 공룡’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지난 2년 동안 전 임직원이 부채감축에 나서면서 줄인 빚이 12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앞다퉈 LH 신용등급을 올릴 정도로 시장에서도 LH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6일 LH에 따르면 LH의 금융부채는 연 평균 7조6,000억원씩 증가하면서 2013년 105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 466%,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해 공기업 부채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금융부채는 올 9월 92조9,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 해 7조원 넘게 불어나던 부채가 6조원 넘게 줄었으니 연간 감축 규모가 13조~14조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재영 사장이 취임한 지 2년6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이 사장은 기존 대량 개발 방식으로는 부채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경영정상화를 꾀했다. 우선 사업과 자금관리부분에서 채권을 동결하고 ▦부채시계 운영 ▦판매목표 관리제 ▦사업방식 다각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원 임금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직원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도 했다. 이 사장은 지역본부장과 본사 주요 임원들과 1대1로 판매 목표 달성 경영 계약을 맺고 실적 달성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대금회수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집행하게 됐다. 부채를 늘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선순환 사업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LH는 사업방식도 기존 단독사업에서 벗어나 민간공동개발, 공공임대리츠 등으로 다각화했다. 이렇게 거둔 재무개선 효과가 지난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8월에는 대형 공공기관으로서 처음으로 전 직원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노사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노조가 두 곳이 있어 임금피크제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전 임직원이 희생을 감내할 정도로 LH 재건에 전사적인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부채 규모가 감소하자 LH 재무 건전성도 외부기관으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LH의 국제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무디스, 피치 등 다른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모두 ‘AA’급으로 신용등급을 올렸다. LH 창립 이래 가장 높은 등급으로,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수준이다. 출범 후 줄곧 불어왔던 LH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도 없어지면서, 향후 3년간 금융비용 절감액이 3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LH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거복지 사업을 비롯해 행복주택 조성, 판교창조경제밸리 구축 등 본연의 역할인 주거복지서비스와 경제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재영 사장은 “제2의 LH를 창립하겠다는 각오로 국토균형 개발, 임대주택 건설, 도시재생 본연의 임무를 차질없이 완수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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