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곳이 해발318m 나라 에스토니아서 온 티모 실드·로리
지도와 나침반 들고 목적지 찾는 모험 스포츠 오리엔티어링 참가
"최고 보다는 최선을 다해야죠"
한 손에는 지도를, 다른 한 손에는 나침반을 들고, 숲 속을 뛰며 계곡을 누비는 스포츠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마치 정글에서 벌이는 모험을 연상시키는 이 종목은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ㆍ독도법)’이다.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북유럽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프로리그가 운영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거친 대자연을 극복해야 하는 오리엔티어링에 ‘평야의 나라’ 에스토니아 출신 형제가 도전했다.
2015 경북ㆍ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오리엔티어링 종목에 출전한 티모 실드(27)와 로리 실드(25) 상병은 6일 괴산선수촌이 위치한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기자와 만나 서로를 “형제이자 경쟁자”라고 소개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출중한 외모만큼이나 형제는 실력도 뛰어나다. 동생 로리 상병은 2002년 에스토니아 국내 챔피언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금메달 37개를 보유하고 있다. 형인 티모 상병은 에스토니아 국내 대회 성적은 동생보다 좋지 않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더 뛰어나다. 2006년 주니어 세계오리엔티어링 챔피언십에서는 금메달, 월드컵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들 형제에게 오리엔티어링은 가업이나 마찬가지다. 부모 모두 오리엔티어링을 즐기고, 아버지의 경우 세계대회 출전 경험도 있다. “삶의 대부분을 오리엔티어링을 하며 살았다”고 말할 정도로 줄곧 아들들과 함께 경기장을 누볐다. 티모 상병은 “어린 시절에는 특정 장소를 스스로 찾아가는 게임 방식으로 접했고 16세 이후 정식 훈련을 받았다”며 “오리엔티어링이 곧 우리 가족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빙하 침식으로 이뤄진 에스토니아는 가장 높은 지대가 해발 318m에 불과해 숲과 들판을 누비는 훈련에 적합한 편은 아니다. 형제는 실제 경기가 열리는 지역과 지형이 비슷한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지도를 찾아보며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티모 상병은 “머릿속으로 코스를 상상하며 시각화해보곤 한다”고 말했다.
평야의 나라에서 온 형제에게 7일부터 오리엔티어링 경기가 열리는 경북영주 소백산맥은 또 다른 도전이다. 티모 상병은 “어제 첫 훈련을 했는데 마치 정글처럼 느껴졌다”면서도 “아무리 길이 험해도 남들보다 더 빨리 가는 길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터뷰 내내 입을 닫고 있던 동생 로리 상병은 눈을 반짝이며 “긴장되기 보다는 기대된다”고 입을 뗐다. 이어 “육체적 능력뿐 아니라 정확성과 집중력 등 모든 방면이 필요한 점이 오리엔티어링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형제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의 목표는 새로운 지형을 경쟁자들보다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괴산=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오리엔티어링
지도와 나침반만을 이용해 목적지에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느냐를 겨룬다. 선수들은 전자칩을 부착하고 지도에 표시된 일정한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1:10000 축척의 지도를 사용해 중거리는 25분, 장거리는 50~75분에 주파해야 하기 때문에 뛰어난 체력과 방향 탐지능력, 민첩한 지리 해석 능력이 따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