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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람직한 공천모델은 있는가?

입력
2015.10.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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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야당이 찍은 갈등드라마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제는 여당 주연의 집안싸움을 구경하는 신세가 되었다. 야당도 여당도 이렇게 내홍을 겪는 배경에는 공천전쟁이 있다. 차기 총선 이후 주도권 경쟁이 그 핵심이다. 청와대는 총선 이후 국정이 흔들릴까봐, 그리고 차기 대권과정에서 청와대와 각을 질까 봐 걱정이다. 여ㆍ야당은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면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재선이 절대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누구나 공천에 관심을 가진다. 주류와 비주류, 친박과 비박, 청와대와 국회의 대립과 갈등은 거기서 비롯된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하여 보면, 여야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 만나 긴급하게 합의해야 하는 일은 공천 룰이 아니다. 공천은 이른바 각 당의 ‘선수 선발전’이다. 총선이 본 경기이다. 왜 각 당의 선수 선발전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해야 하는가? 왜 본 경기보다 선수 선발에 더 큰 관심을 가질까?

권위주의와 지역주의가 가져다 준 병폐가 아직도 굳건히 정치 저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치는 하향식, 밀실, 돈 거래 공천 후유증을 낳았다. 지역주의는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져, 지역주의 정치가 지배적인 영호남에서는 선거보다 공천이 더 중요한 관문이라는 인식을 낳았다. 따라서 그 동안 정치 개혁의 중요한 어젠다로 공천개혁이 꼭 포함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공천은 역시 각 당의 후보 선출에 불과한 것이고, 그 선출된 후보를 냉정히 평가하고 선택하는 것이 총선에서 국민들의 몫이다. 공천으로 선거가 결정된다면, 국민들의 의사는 어디에서 반영될 수 있을까? 현재 공천 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총선 룰이다. 여야 대표가 더 시급히 더 중요하게 합의해야 하는 것은 선거 규칙이다. 선거구 획정도 어렵고, 선거제도 개혁도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독점적인 거대 양당의 공천 싸움에 소수정당, 정치신인, 그리고 유권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최근 공천 룰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점들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천 제도는 각 정당이 지향하는 정당 모델이나 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의해 선출된 후보는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략 공천, 당원 투표, 오픈프라이머리, 안심번호 국민경선, 여론조사형 공천 등등 다양한 공천 방법은 각 당의 자율성에 입각해서 결정되면 되는 것이다.

여야가, 거대정당과 소수정당이, 지역주의정당과 정책정당이,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똑같은 공천제도를 가질 필요도 없으며, 그것이 더욱 개혁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공천 개입도, 제1, 2위 정당이 공천 방식을 합의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의 혁신안과 당 규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각 당의 자율적인 공천은 선거 결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 제도의 개혁은 매우 중요한 정치 개혁이다. 구체적인 공천 제도를 특정하여 그것이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합의할 수 있는 공천 개혁의 방향은 있다. 그것은 현재의 공천 제도보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공천 결정에 더 많이 참여하는 상향식 제도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천이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고 개방성을 높여서 신인들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천 룰을 둘러싸고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후보 자질에 대한 기준과 공천 절차일 것이다. 특정의 부정비리나 범죄 관련자들은 추천하지 않고, 공천 과정과 그 비용을 공개하고, 국민들이 충분히 판단할 시간을 주기 위해 언제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공천 일정 등을 합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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