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교육과정 개편 탓 불안감에 "미리 트렌드 맞춰 학업계획 짜야"
참석자 3명 중 1명은 초등 학부모… 고입 설명회 찾는 발길도 급증
지난 8월 한 입시업체의 201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입시설명회장. 수능 100여 일을 앞두고 코앞에 닥친 올해 수시 입시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고3 부모가 아닌 A씨(44)도 현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그는 2013년부터 3년째 입시업체들의 입시설명회를 찾고 있다. 그는 “입시 경향을 알면 첫째뿐 아니라 7년 뒤 둘째의 학업계획까지 미리 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고입은 물론 대입과 관련한 입시설명회를 찾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영재교육원, 국제중에 들어가기 위해 유아ㆍ초교 저학년부터 입시 경쟁을 시작하는데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인한 부모들의 불안감이 불러온 풍경이다.
초등학생 3학년 자녀를 둔 서울 강남의 B씨(42)도 각종 입시설명회의 단골이다. 본인이 가지 못할 때는 친정 엄마라도 꼭 보내 정보를 얻는다. 자녀의 과학고 입학이 목표라는 그는 “최근 또래 학부모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면 고교와 대학이 결정된다’는 말이 정설”이라며 “입시에 대한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입시설명회 ‘러시’는 통계 수치로도 확연하게 눈에 띈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올해 상반기에 개최한 고입 설명회의 참석인원 3명 중 1명(33.4%)은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이는 전년 23.5%와 비교해 10%포인트 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입 설명회에도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참석 비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대입설명회에도 초등학생 학부모는 물론 4~7세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가 참석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가 입시설명회의 중심으로 재편되는 풍경은 잦은 입시제도의 변화로 인해 복잡해지는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내신과 수능 준비 외 큰 변수가 없었던 대입은 갈수록 수시전형 비중이 증가하고 전형도 다양해지면서 미리 입시 트랜드를 파악해놓지 않으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대학가는 방법이 2,000개에 이를 만큼 다양하고 복잡해, 요즘은 학교 선생님들조차 학원 선생님들에게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육과정 개편으로 현재 고1부터 고3까지 매년 다른 수능을 보게 되는 데다 2015 교육과정마저 개정(현 중1 적용)되면서 중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정보를 얻으려 입시설명회에 몰리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 고교 다양화가 오히려 미리 방향을 정해놓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야기,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정보를 찾도록 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입시설명회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과거 대입과 특목고 중심의 입시설명회가 이제는 특성화고와 대안학교는 물론 학습방법과 소통방법까지도 연결시키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모 대안학교 입학설명회에 다녀왔다는 전모(37)씨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악기 연구와 수공예 등에 재능을 보여 관련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학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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