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남ㆍ46) 씨는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에 치킨ㆍ피자 전문점을 오픈했다. 경쟁력 없는 보통 치킨집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치킨 피자 호프집' 컨셉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주목했다. 장사가 잘되는 치킨 점포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며 고객 접객 및 운영사항을 익히고 소비자의 소비기호도 및 조리방법도 배우며 치킨 전문점 운영 노하우를 직접 체험했다. 약 6개월의 준비 끝에 매장을 연 그는 현재 비슷한 연령의 직장인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 창업비용 저렴 ㆍ기술 필요 없어 해마다 증가세
치킨전문점은 '창업의 상징'이 됐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손 쉽게 창업하지만 김씨처럼 성공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폐업률이 높아 예비창업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통계청의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치킨전문점 수는 2만2,529개다. 조사 대상 16개 업종 가운데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한 상표를 대상으로 한 숫자다.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이 수는 훨씬 늘어난다. KB금융지주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등을 포함한 국내 치킨전문점 수는 약 3만6,000개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9.5%씩 늘어났다. 2013년 기준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가 3만5,429개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치킨전문점이 더 많다.
치킨전문점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예비창업들이 치킨전문점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민간식'으로 꼽힐 정도로 수요가 풍부하고, 오후부터 문을 여는 특성 상 타 업종에 비해 개인 시간 활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은퇴자나 직장을 그만 둔 이들이 창업아이템으로 치킨전문점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다. 한국의 전체 자영업자 수는 하락 추세이지만 치킨전문점이 포함된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2006년 62만1,703개에서 2013년 68만6,225개로 해마다 늘고 있다.
● 브랜드 경쟁력ㆍ원가 등 꼼꼼히 따져봐야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바꿔 말해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 쓴맛만 보고 문을 닫는 사례도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이를 단순 비교하면 생존율은 16.4%에 불과하다. 전체 폐점한 점포 중 치킨전문점이나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22%로 가장 많다.
치킨전문점 창업을 위해서는 우선 브랜드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배달 위주 매장이라면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 배달 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부모지만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아이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자재 비용과 원재료 수급 상황을 꼭 따져봐야 한다. 치킨전문점 수익의 약 85%가 배달이나 포장 주문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포장지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이를 간과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닭의 수급 상황 역시 여러 변수에 민감하게 변동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철저한 원가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매장형태에 따라 상권이나 입지(점포가 들어설 구체적인 장소) 선택도 달라진다. 방문 고객 위주의 '매장형'으로 창업한다면 상권이나 입지 모두 중요하지만 배달 판매 위주의 '배달형' 매장이라면 좋은 상권 우선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상헌 소장은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며 "치킨전문점 역시 특화된 메뉴나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채 시류에 편승해 일단 시작하고 보는 '묻지마 창업'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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