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감 지적에도 변화없어… 국익 해치는 기업엔 투자 말아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일본 전범기업 등에 최근 5년 간 4조5,000억원이나 투자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일본 전범기업은 2차 대전 당시 전쟁용 군수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등 전쟁범죄 행위에 적극 가담했고, 전후에는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을 뜻한다.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일본 방위성 중앙 조달 계약자 투자 현황’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 간 일본 전범기업, 군수기업, 역사왜곡기업, 야스쿠니 신사 지원기업 등에 4조5,0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일본 기업 투자규모(약 16조원)의 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인 의원은 “일본이 70년 만에 전쟁 가능 국가가 되었는데, 국민연금은 한반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게 투자하고 있다”며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국감 때에도 지적했지만 변한 게 없다”면서 “수익이 나기 때문에 투자한다지만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아 이마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공단이 투자한 곳에는 미쓰비시 중공업, 미쓰비시 전기 등 전범기업 97곳(3조원)과,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찬성자가 경영자로 있는 기업 37곳(1조5,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국내의 일제 강제징용자와 그 후손들은 미쓰비시를 상대로 배상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새역모는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가 자유의사로 참여했다고 언급하는 등 역사를 왜곡ㆍ축소해 비판을 받아온 일본 우익 단체다.
국민연금은 일본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차 참배를 지원하는 ‘돗판인쇄’에도 30억원이 넘게 투자했다. 이 기업은 지난해 야스쿠니 달력 27만부를 제작하는 등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감장에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운용 상 어려운 점이 있지만 실무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전주=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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