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촬영한 사진 美서 발견
대한제국 황실사진가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ㆍ1868~1933)이 촬영한 고종 황제의 초상사진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한국인이 찍은 고종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4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박물관 현지조사에서 발견한 고종의 사진이 김규진이 1905년 촬영해 미국 외교사절단에 제공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에 덧붙인 종이 우측 상단에 ‘대한황제진광무구년재경운궁(大韓皇帝眞光武九年在慶運宮)’이라고 적혀, 1905년 경운궁(덕수궁)에서 찍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진은 1905년 고종이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외교사절단의 황실 예방을 기념해 철도ㆍ선박 재벌 에드워드 해리먼(1848~1909)에게 선물한 것이다. 대한제국 황실이 일본 침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사절단에 공을 들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된다.
고종은 자신의 초상사진을 루즈벨트의 딸 앨리스 루즈벨트(1884~1980)에게도 선물했는데 이 사진은 미국 워싱턴 프리어-새클러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장진성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단순히 왕의 초상 사진이라는 미술사적인 가치 외에도 1905년 격동하던 한국근대사의 양상을 알려주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자인 김규진은 대한제국 때 활동한 대표적인 사진가로, 1907년부터 천연당(天然堂)이라는 사진관을 운영했다. 그가 1909년에 촬영한 매천(梅泉) 황현(黃玹ㆍ1855~1910)의 사진은 2006년 보물 149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고종은 많은 초상사진을 남겼으나 대부분 일본인이나 서양인이 제작한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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