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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 딜레마

입력
2015.10.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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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은 구속력 없는 의장성명이었다. 결의안 채택에 중국이 반대해서다. 폭침 뒤 3개월이나 지난 다음에야 나온 의장성명이란 것도 도발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않은 맹탕이었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 역시 의장성명에 그친 것도 중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앞서 87년 김현희 대한항공 폭파사건, 83년 소련의 대한항공 격추사건은 명백한 증거와 범인 자백,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난 결의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좋지 않다. 1949년 처음 유엔 가입 신청서를 낸 이후 줄기차게 계속된 유엔 가입 시도는 북한에 동조한 소련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남북한 동시가입 주장이 안보리 무대에서 관철된 것은 정부 수립 후 40년도 더 지난 뒤였다. 제네바 합의가 깨진 이후 20년 이상 거듭되고 있는 북한 도발에 국제사회가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거부권을 앞세워 북한을 비호하는 상임이사국들의 입김 탓이 크다.

▦ 안보리 개혁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1945년 유엔 출범 당시 2차대전 전승국들에게 부여했던 5개 상임이사국 구조가 냉전이 종식된 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유엔 회원국도 당시 51개국에서 지금은 193개국으로 4배 가까이 늘어 상임이사국의 대표성도 크게 무뎌졌다. ‘주권평등’ ‘1국1표’ 주의를 주창하면서도 헌장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규정하는 모순을 버젓이 방치하고 있는 게 유엔의 현실이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다는 뜻을 재차 피력했다. 상임이사국 확대는 거부권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보리의 대표성을 그나마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상임이사국은 그대로 두고, 거부권 없는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안보리 개혁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가 속마음이라면 차라리 ‘일본만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 맞다. 안보리 개혁에 역행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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