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
“성악가로 오래 활동하기 위한 조건요? 첫째는 확실한 발성, 둘째는 음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마음, 셋째는 좋은 머리. 성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지켜야 할 기본이죠.”
멕시코가 낳은 세계 최고의 테너 라몬 바르가스(55)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잇는 ‘포스트 3대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특히 파바로티를 연상시키는 미성과 고음으로 리릭 테너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첫 한국 공연을 앞두고 열린 5일 광화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성악가들이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시기라 이번 무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1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듀엣 콘서트를 연다. 11년 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로 호흡을 맞춘 후 두 번째 만남이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홍혜경은 바르가스를 “모든 노래를 가슴에서 우러나와 부르는 사람이다. 착한 관계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바르가스는 소아마비로 태어난 첫째 아들을 2000년 잃은 후 아들의 이름을 딴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메모리얼 펀드’를 만들어 수시로 기금마련 음악회를 개최하고, 소아마비 환자 가족을 위한 재단도 설립했다.
1986년 이탈리아 밀라노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무대에 진출한 그는 1992년 뉴욕에서 파바로티 대역으로 데뷔 후 남미 성악계의 ‘맏형’으로 군림하고 있다. 성공에 대해 그는 앞의 3가지 비결을 꼽으며 특히 “머리가 좋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안다는 것이고, 목소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를 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는 빨리 스타를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에 좋은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가 뜨기도, 망가지기도 쉽죠. 젊어서는 자기 목에 맞지 않는 노래도 힘주어 부르면 되지만 계속 하긴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수십 년씩 메트로폴리탄 주역으로 선 홍혜경씨가 참 대단한 거죠.”
“첫 내한공연인 만큼 제가 가장 잘 부르는 곡으로만 골랐다”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바니’ 중 ‘일 미오 테소로’ 등 4곡을 독창하고 홍씨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리비아모’ 등 3곡을 함께 부른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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