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문제 희석 물타기" 분석
북한이 지난 4월부터 일방적으로 억류해왔던 한국 국적의 미국 대학생 주원문(21·사진)씨를 5일 전격적으로 석방시켰다. 정부 당국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는 걸 희석시키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남북 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생사확인 회보서를 교환하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주씨의 석방을 전격 통보한 뒤 오후에 신병을 우리 정부에 넘겼다. 미국 영주권자인 주씨는 지난 4월 22일 “북한을 알아보고 싶다”며 중국 단둥에서 북한에 들어가려다 붙잡혔다.
정부 당국과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주씨를 조건 없이 돌려보낸 배경에 대해 ‘체제선전용’ 노림수로 보고 있다. 주씨는 지난 달 25일 평양에서 “서방에서 떠드는 것처럼 이 나라(북한)에 인권문제나 폭압정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북한 체제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주씨가 우리 정부에 인도된 직후 국가보안법에 의해 사법처리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은 이를 빌미로 우리 정부의 인권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은 간첩 혐의 등으로 무기교화형까지 선고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씨 등 선교사 출신의 장기억류자 3명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주씨의 조건 없는 석방을 대남 유화 메시지로 보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