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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후보 교황, 심사위원과 종교 달라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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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후보 교황, 심사위원과 종교 달라 탈락"

입력
2015.10.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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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선정 비화 담은 회고록 출간

前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도 美 심기 거스를 것 우려해 탈락시켜

류샤오보 심사 땐 노르웨이도 압력

노벨평화상 심사 비화를 담은 회고록 '평호의 사무총장'을 소개하는 예이르 루네스타 전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AP연합뉴스
노벨평화상 심사 비화를 담은 회고록 '평호의 사무총장'을 소개하는 예이르 루네스타 전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AP연합뉴스

폴란드 출신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을 때 루터교 주교 출신 심사위원이 반대해 수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스 블릭스 전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이 평화상 후보에 올랐을 때는 심사위원회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우려해 탈락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비화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역사학자 예이르 루네스타(70)가 최근 낸 회고록 ‘평화의 사무총장’에 담긴 것이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25년간 사무총장을 맡았던 루네스타는 재임 중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보고 들은 알력과 갈등 등을 이 회고록에 풀어냈다. 사무총장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 회의에는 참석하지만 투표권은 없다.

외신이 전한 책 내용을 보면,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루터교 주교 출신 심사위원의 반대 때문이었다. 루터교 주교로 지난해 심사위원직에서 물러난 군나르 스탈세트 전 위원이 요한 바오로 2세를 수상자로 선정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잇따라 조국인 폴란드를 방문해 민주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자유노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1989년에는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접견하는 등 냉전 종식에도 기여해 평화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이에 대해 스탈세트 전 위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루네스타의 주장을 부인했다.

루네스타는 회고록에서 각국 정부의 정치적 압력이나 심사위원들의 눈치 보기 일화도 소개했다. 2003년 미군 주도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 한스 블릭스 전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이 2005년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심사위원회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우려해 탈락시켰다. 2010년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 심사 과정에서는 중국은 물론 노르웨이 정부도 위원회에 압력을 넣었다. 중국 외교관은 류샤오보가 수상하면 ‘적대행위’라고 경고했고, 노르웨이 정부도 외무장관을 통해 중국과 외교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루네스타는 또 책에서 노르웨이 총리 출신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와 관련해 잇따라 논란을 불러일으키다 지난 3월 위원장에서 위원으로 강등된 토르비에른 야글란을 혹평했다. 야글란 위원장 시절 결정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수상 결정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회고록 출간에 대해 전현직 심사위원들은 ‘50년간 노벨평화상 관련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위원회의 비밀 준수 의무를 깨뜨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루네스타는 위원회의 비밀을 지킬 의무보다 역사학자로서 의무에 따라 회고록을 펴냈다며 더 많은 뒷이야기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위원회가)최대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지만 전직 총리나 외무장관이 심사위원인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벨평화상 심사위원은 노르웨이 의회에서 뽑는데, 위원들의 정치 성향이나 외부 압력 등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73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당시 베트남 외무장관이던 레 둑 토(수상 거부)의 공동수상, 취임 몇 주 만에 수상자로 선정된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루네스타는 “오바마의 많은 지지자들조차 그 상은 실수였다고 생각했다”며 평화상이 자기 이익보다는 세계평화 가치를 대변하는 오바마를 만들 것으로 많은 미국인들은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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