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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티렉스] ‘드라마계의 메시’ 황정음은 예뻤다

입력
2015.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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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도 되고, 흥행도 책임지는 여자 배우를 흔히 ‘원톱 여배우’라고 부른다. 요즘 이런 ‘원톱 여배우’ 찾기가 힘들다고들 하던데, 이 사람을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황정음(30)이다.

요즘 ‘그녀는 예뻤다(MBC)’를 보고 있으면, 황정음 때문에 웃고 황정음 때문에 빠져든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서 뻔한 ‘못난이’ 분장을 하고, 굉장히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코믹 연기가 너무나 웃기고 귀여워서 그만 깔깔대고 웃으며 채널을 고정시키게 된다.

황정음은 2010년대 방송가 최고의 흥행 여배우다. 동시대의 그 어떤 여성 스타도 황정음 만큼 ‘흥행불패’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 없다. 황정음은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MBC)’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 이전에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MBC)’를 통해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을 알렸지만, 진짜 연기도 잘 한다는 걸 사람들은 이때 알았다.

황정음의 진가는 어느 장르든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어느 장르든 연기에 매우 강력한 흡인력이 있어서 사람들의 눈을 잡아 끈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 방송장면.
그녀는 예뻤다' 방송장면.

그녀는 예능에서 귀엽게 까부는 것도 잘 하고, 망가지는 코믹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시에 눈물 연기의 여왕이기도 하다. 황정음은 이를 ‘자이언트(MBC, 2010년)’, ‘내 마음이 들리니(MBC, 2011년)’, ‘골든타임(MBC, 2012년)’, ‘돈의 화신(SBS, 2013년)’, ‘비밀(KBS, 2013년)’, ‘킬미 힐미(MBC, 2015년)’까지 정극에서 보란듯이 과시했다. 앞서 열거한 드라마들은 모두 1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 역시 10%가 넘는 시청률을 찍고 있다. 2015년 10월 현재, 드라마 배우 중에 이처럼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공격수는 없다. 진짜 축구선수 메시 말고는.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이 오랜만에 웃기려고 작정하고 나온 드라마다. 극 초반, 못 생긴 어른으로 자라버린 황정음(혜진 역)이 첫사랑 박서준(성준 역)을 만나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좌충우돌하는 슬랩스틱 장면이 꽤 길게 나온다. 아마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색하고 지루해서 채널을 돌려버렸을지 모른다. 황정음이니까, 기분 좋게 웃으면서 봤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황정음의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 에피소드 중 이제는 전설로 남은 “됐고!” 씬이 떠오른다. 예비군복에 어설픈 수염을 붙이고 황정음 오빠 황정남이라며 상대방이 말을 할 때마다 발연기하듯 잘라먹으며 “됐고!”를 외쳤던 그 장면 말이다. 이미 6년이나 지났는데, 대한민국 방송계에는 황정음만큼 귀엽고 웃긴 여배우가 나오지 않았다. 아마 6년 후에도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다만, ‘그녀는 예뻤다’가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이거다. 지난 6년 동안 황정음을 능가할 만한 캐릭터의 여배우는 나오지 않았지만, ‘남자 황정음’을 바로 이 드라마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바로 최시원(신혁 역)이다.

그녀는 예뻤다' 코믹함을 더해주는 캐릭터 최시원(오른쪽)과 황석정(가운데).
그녀는 예뻤다' 코믹함을 더해주는 캐릭터 최시원(오른쪽)과 황석정(가운데).

최시원이 처음에 연기자로 나올 때는 ‘아이리스’의 요원 같은 액션배우 이미지가 강했는데, ‘무한도전’ 출연을 거치면서 갑자기 빵 터지는 코믹 캐릭터로 변했다.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에서 4차원 패션지 에디터 역할을 하는 걸 보니 황정음 뺨치는 유쾌하고 코믹한 캐릭터다. 사실 이 드라마에 황정음의 ‘원맨쇼’ 오로지 하나만 있었다면, 6회까지 이어지면서 좀 지루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시원이 그 특유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표정과 ‘미국 제스처’로 좌충우돌 뜬금 없는 웃음을 주는 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본조르노’ 편집장 황석정은 보너스).

황정음 이전에 ‘코믹 연기가 뛰어난 로맨틱 코미디 여왕’이 있었다면, 김정은과 김선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여배우’ 이미지가 굉장히 강력하다. 김선아가 살을 쪽 빼면서 ‘삼순이’ 캐릭터의 잔상을 지우려고 노력했던 점이나, 김정은이 드라마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에는 영화 쪽에 더 집중하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황정음은 방송가에서 연이은 흥행작을 터뜨리면서도 뭔가 친근하고 ‘만만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 경력이 꽤 오래된 방송계 최고의 스타인데도, 별 부담감 없이 황정음을 TV에서 대하게 된다.

황정음을 만만하게 만든 에피소드는 이런 것이다. 과거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을 때 그녀는 스타급이라고 하기엔 살짝 모자란 ‘전직 아이돌’이었는데, 당시 황정음이 공개한 통장(잔액이 거의 없는)이나 몇 달 전 연예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털털하게 공개 열애가 끝난 사실을 밝힌 점, 코믹 연기로 떴지만 지금도 그 코믹 연기를 계속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 황정음의 매력이다. 그녀가 털털한 건지, 아니면 선배들보다 더 영악하고 똑똑한 건지는 모르겠다. 60대 이상 세대들에게 김수미(일용 엄니)가 있다면, 젊은 세대에겐 황정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녀는 예뻤다>

MBC TV 매주 수목 밤 10시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혜진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성준,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섹시녀' 하리, 베일에 가려진 '넉살끝판 반전남' 신혁,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

★시시콜콜 팩트박스

1. ‘그녀는 예뻤다’는 6회 기준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제공)다.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시청률 경쟁작이던 용팔이(SBS)가 지난 1일 종영된 것도 향후 시청률의 변수다.

2. ‘그녀는 예뻤다’라는 제목은 박진영의 과거 히트곡과 똑같다. 2008년에 제작됐지만 흥행에선 빛을 보지 못했던 동명의 한국영화도 있다.

3. 포털사이트에서 ‘그녀는 예뻤다’를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황정음 변신’이다. 시청자들은 ‘못생긴 척’ 하고 있는 황정음이 극 후반부에서 미인으로 깜짝 변신을 할 것이라고 예상 혹은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아직 밝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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