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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에 쇼핑만 강요, 판치는 '싸구려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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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에 쇼핑만 강요, 판치는 '싸구려 관광'

입력
2015.10.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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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패키지에 20만원까지

적자 다름없는 단체상품 기승

수수료 챙기려 쇼핑·쇼핑·쇼핑…

돈벌이 급급 국가 이미지 먹칠

중국인 재방문율 20%에 그쳐

중국 국경절 연휴(1~7일)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대거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유커ㆍ遊客)들을 겨냥한 초저가 관광 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여행사들은 적자나 다름없는 초저가 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한 뒤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쇼핑으로 내몰면서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유커 관광의 어두운 단면이다.

4일 관광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초저가 한국 여행패키지가 범람하면서 3박 4일 일정을 항공ㆍ숙박비 포함 20만원에 소화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올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엔화 약세로 국내 여행사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때문에 성수기인 7,8월 중국인 관광객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줄었다”며 “여기에 엔화 약세까지 겹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내 여행사간 경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행사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 여행상품을 내놓고 쇼핑센터 등에서 받는 수수료로 손실을 대신 메우고 있다. 2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30대 중국 여성은 “국경절을 맞아 3박4일 패키지 상품으로 한국에 왔는데 쇼핑센터만 3번 들렀다”며 “가고 싶지 않았지만 끌려가다시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여행 가이드는 쇼핑을 거부한 중국인 관광객의 트렁크를 관광버스 밖으로 집어 던지는 등 과도한 쇼핑 강요 행위를 해서 국가의 이미지를 떨어 뜨리고 있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상대로 한 여행사 대표 겸 관광 가이드인 김영숙(42ㆍ가명)씨는 “가이드 가운데 월급제가 아닌 경우 쇼핑센터 소개 수수료를 챙기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중국인 관광객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부 가이드는 단체 버스에서 짐을 내려 놓거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 바람에 한국에 한 번 왔다간 유커의 국내 재방문율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에 그친다.

여기다 국내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돈을 주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이상한 관행도여전하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 업체가 숙식이나 교통·가이드 비용도 받지 않고 관광객 유치비용 명목의 이른바 인두세까지 현지 여행사에 챙겨주는 것이다. 한 국내 여행사 가이드는 “중국 여행사에 1인당 8만~10만원을 주고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며 “구조상 국내 여행사들은 중국 여행사로부터 관광객을 받아서 상품을 꾸리는 일종의 하청 업체여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저가 한국 관광상품을 단속하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30일 저가 여행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의 부당수입 몰수와 3개월 영업정지, 영업허가 취소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저가 여행상품 단속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여행 상품 가격이 현지 관광당국의 지도가격보다 30% 이상 낮거나 단체여행을 조직한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책정하는 것을 불합리한 저가여행으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 국가여유국이 여행사 대표에게도 불법소득 몰수와 벌금 2만위안(370만원) 부과 등 책임을 묻기로 해 국내 여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막 회복 궤도에 오른 국내 여행 및 유통업계가 또다시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또 관광업계에서는 정부가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관광 콘텐츠 개발 등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에게 보여줄 관광 요소가 별로 없다 보니 쇼핑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단체보다 개별관광객 비율이 늘어나도록 마케팅이나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며 “쇼핑 몇 회 미만, 일정 가격 이상의 숙소 제공 등 기준을 정해 우수 상품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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