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낙점에 전략공천 이용한 셈
전략공천 허용 여부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 ‘공천 룰’ 전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19대 총선의 새누리당 전략공천이 이른바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친박계는 그 동안 “여당 열세 지역 또는 야당이 ‘강한 후보’를 전략적으로 공천할 경우를 대비한 맞불작전 개념으로 전략공천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는 텃밭에 후보를 낙점하는 목적으로 전략공천이 이용된 셈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지역구 47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는 전체 지역구 246곳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차기 총선과 관련해 확정한 ‘20% 전략공천’과 비슷한 수치다.
전략공천 지역을 권역별로 분석해 보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 24곳은 후보를 내기만 하면 당선이 보장된 지역이었다. 권역별로는 서울의 전략공천 지역 16곳 중에서 서초갑, 서초을, 강남갑, 강남을, 송파갑, 송파을 등 ‘강남벨트’ 6곳이 포함됐다.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도 각각 8곳씩이었다. 이 가운데 대구 중ㆍ남구는 당시 연속 4번째 전략공천 지역에 포함돼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서울의 전략공천 지역에는 당시 친이계나 탈(脫)박한 의원들의 지역구가 다수 끼어 전략공천이 아니라 ‘전략사(私)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친이계 핵심인 진수희(성동갑)ㆍ권택기(광진갑) 전 의원과 당초 단수 후보지였다가 막판에 전략공천 지역으로 바뀐 서초갑의 이혜훈 전 의원이 대표적인 피해자로 거론됐다. PK에서도 김무성 대표의 옛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이 포함됐다. 김 대표는 이후 2013년 4월 재ㆍ보선에서 부산 영도로 지역을 바꿔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친박계의 주장대로 야당의 거물급 인사 출마를 이유로 전략공천 한 곳은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이 출마한 서울 종로 정도였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전략공천은 권력자가 ‘내리 꽂고’ 싶은 후보를 낙점하고 날리고 싶은 현역 의원은 낙천하는 도구로 활용해온 게 사실”이라며 “전략공천 없이 전 지역에 동일한 룰을 적용해야 사천 논란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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