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상청이 초대형 허리케인 호아킨의 진로를 예측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3년 전 미 동부 뉴저지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준 허리케인 샌디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과 영국 기상청은 미국이 놓친 허리케인의 경로를 정확히 예보해 미국 기상예보 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호아킨이 미국 본토에 상륙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미국 기상청은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며 “허리케인 진로 예측에서 이번에도 유럽과 영국 모델이 승리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ㆍ영국은 호아킨 발생 직후부터 미 본토에서 크게 벗어난 바하마와 버뮤다 쪽 진로를 예상한 반면, 미국 기상청은 버지니아 혹은 뉴욕 등 동부 해안을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오보는 샌디 때 유럽ㆍ영국 모델이 본토 상륙을 예상한 것과 달리 먼 바다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한 것과 내용만 반대일 뿐 또다시 미국의 형편없는 예보 능력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예보에 투입되는 슈퍼컴퓨터 연산 능력이 유럽ㆍ영국보다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예측 모델의 우열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호아킨이 먼 바다로 이동했는데도 불구, 워낙 세력이 강하다 보니 허리케인에서 떨어져 나온 큰 구름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강타해 일부 지역에는 주말 동안 45㎝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200년만의 폭우가 쏟아지고 찰스턴 등에서는 도시 기능 마비가 우려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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