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문화인프라 지방 최고, 수준급 공연전시장·예술인 많아
단기적 성과보다는 문화와 예술 융성할 토양 다지는 데 주력"
2009년 출범한 대구문화재단이 설립 6년차를 맞았다. 지난 6월 대구문화재단 4대 대표로 취임한 심재찬(62) 대표는 “대구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축제가 다양하고 많으며, 흔치 않은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문화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시민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심 대표를 만나 대구 문화예술의 위상과 대구문화재단의 역할, 향후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_지난 6월 취임한 지 넉 달째다. 소감은.
“그 동안은 대구 문화예술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면서 대구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 시민들의 문화적 의식이 수준급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껴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서울 이외에 대구만큼 공연장이 많고 다양하며, 연일 각종 연주회 등 공연과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그 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대구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고, 시민들의 호응이 좋다는 의미다. 예술학도도 많고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매진 중인 예술가도 많더라. 이 모든 게 대구 문화계의 크나큰 자산이다.”
_문화예술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대구만의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 근대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쓰이는 줄 대구 와서 알았다. 중구에 살아서 그런지 현재와 근대가 섞여서 살아가는 대구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구는 한국전쟁의 포화를 비켜가 근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피란문학이 발달했다. 그 만큼 근대예술 유산이 많다. 대구만의 특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_외부인이라 대구 문화계 사정을 잘 모를 것이란 지적도 많았다.
“당연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점을 걱정하는 지도 이해한다.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잘 가꾸어 나가는 것도 재단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원래 지역문화예술계는 그 지역의 예술가들이 이끌어나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객관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재단은 지금이 그 시기라 본다. 대구 문화예술계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현장 활동으로 보완하겠다. 사실 같은 정서를 공유한 한국인인데 지역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_아직 재단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대구문화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대구 문화 생태계를 돌보는 일이다. 예술가를 지원하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더 쉽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지원사업, ‘차세대문화예술기획자양성과정’과 같은 미래 인재 양성, 문화 향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가깝게는 벌써 100회 공연을 돌파한 거리 연극 ‘옛 골목이 살아있다’도 지원사업 중 하나고 문화누리카드 등 바우처도 재단이 하는 일이다."
_현재 특별히 주력하는 사업이 있나.
“임기 초반인 만큼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5년 정도의 중기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다. 단발적인 지원사업보다는 문화와 예술이 융성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대구문화의 전반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문예진흥기금 고갈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
_연극인 출신이 대구문화재단 수장에 올랐으니 지역 연극계 반응이 남다를 것 같다.
“혜택 같은 거 안 줘도 되니 의식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더라. 역차별만 안 와도 좋겠다 한다. 같은 연극인이 지역 문화재단 단체장이 된 것 자체를 기쁘게 여겨주니 정말 감사했다. 나 역시 같은 연극인으로서 대구 연극계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장르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장르를 넘나든다는 표현도 식상하고 아예 경계자체가 모호해졌다. 문화관광부 주최 ‘2015생동하는 문학관 조성’공모사업에 ‘올해의 좋은 문학과 프로그램’에 선정된 ‘낭독공연-근대소설 연극을 만나다’도 그런 연극과 문학이 만난 예다. 이런 적극적인 융합이 각 분야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
_지역 문화예술계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는데 단순히 문예진흥기금만 배분한다는 말이 많다.
“문화재단은 수익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돈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잘 쓴다는 것은 지역 문화 예술계 발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잘했느냐 이다. 어떤 지원은 예술가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지원에 안주해 창작욕구가 꺼지기 때문이다. 왜 돈만 쓰냐는 비판보다 얼마나 잘, 좋은 곳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썼는지를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재 문예진흥기금이 급속히 마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_대구문화재단 직원들 임금이 전국 13개 시ㆍ도 문화재단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직원들 처우개선만큼은 임기 중 방법을 꼭 찾겠다. 대구문화재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지난해 3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고 전국 최초로 2년 연속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했다. 이런 재단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직원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직원 스스로가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역량강화교육에도 힘쓸 예정이다. 우리가 감각을 키워야 지역 문화예술계 깊숙한 곳까지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더욱 발전할 수 있다.”
_향후 대구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앞서 말했듯 대구는 문화 예술 자산이 어마어마한 도시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많고 그 성과도 확실히 보인다. 하지만 임팩트(impact)가 부족하다. 빛나는 구슬들이 온통 바닥에 흩어진 모양이다. 목걸이를 만들든 팔찌를 만들든 꿰기만 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재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 대구 문화예술계에 꽃 피는 시기를 만드는 것 그게 앞으로 대구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자신감을 계속해 불어넣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지역 문화가 모여 한 나라의 문화가 된다 했다. 문화적 기류는 중앙에서 일어나 퍼지는 것이 아니다. 대구의 문화가 우리 나라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단 자신감, 믿음이 필요하다.”
● 약력
전 (사)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
전 외교통상부 문화협력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전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회장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및 위원
전 (재)국립극단 사무국장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이사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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