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힙합그룹 아이콘은 ‘억소리’ 나는 곳에서 3일 데뷔 무대를 치렀다. 지난 1일 공개한 데뷔 앨범 ‘웰컴 백’의 첫 무대를 국내에서 제일 큰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선보인 것. 아이콘은 2013년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을 통해 얼굴을 알려 데뷔 전부터 이미 팬덤이 형성된 상황이지만, 문제는 막대한 공연 비용이다.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한 다른 유명가수의 기획사 관계자는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려면 무대설치비와 대관료를 포함해 최소 2억원 이상은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갓 데뷔한 평균 나이 19세의 일곱 소년들이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무대를 치를 수 있었던 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란 대형기획사의 지원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신인도 억대급 무대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가요계에서도 옛말이 됐다. 그룹 빅뱅부터 소녀시대, 엑소, 2PM까지, 대형기획사의 전폭적인 투자 없이 살아 남기 어려운 게 K팝 아이돌 시장의 현실이다.
이들이 뜨기까지는 도대체 얼마의 비용이 들까. 흥국증권이 1일 낸 ‘스타가 만들어지기까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면 5인조 그룹의 데뷔 활동(6주 기준) 비용으로 5억원 이상이 든다. 신곡 세 곡을 받는 데 드는 작사·작곡료만 1,500만 원. 뮤직비디오 작업엔 안무와 스타일리스트 비용을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이 깨진다. 앨범 전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마케팅(1억500만원+@)은 필수. 음악방송 무대의상 제작비와 안무팀 활동비 그리고 방송 활동 미용비만 해도 1억8,00만원이 넘는다.
이 비용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데뷔 전 연습생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투자 비용은 배로 커진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과정 및 수익구조 등을 분석해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발간한 ‘남자 아이돌이 군대에 간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 따르면, 상장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신인가수 개발비를 공시하는데, 이 비용이 연간 7억~9억원에 이른다. 연습생 인원이 20~30명이라고 하면 인당 2,500만~3,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연습생부터 데뷔까지 기간을 3년, 멤버 수를 5명으로 하면 데뷔 전까지 5억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3년 연습생 생활을 거친 5인조 그룹이 데뷔해 6주 동안 활동을 하려면 최소 10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신인 아이돌이라면 해외 프로모션비용이 더 든다. 중화권에서 4인조 남성 아이돌 프로모션을 기획한 한 관계자는 “K팝 한류로 인해 SM·YG·JYP 등 3대 가요기획사 출신을 비롯해 일부 중·소형 기획사가 제작한 신인그룹도 데뷔 전 일본 및 중국 등에서의 프로모션 활동을 기획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며 “해외 현지 활동을 위한 그룹 유닛활동 투자까지 고려하면 신인 제작 비용은 빅뱅과 소녀시대 등이 데뷔한 2006~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SM·YG·JYP 등 가요기획사가 상장사가 된 후 신인 제작에 대한 투자 비용은 더 늘어났다.
이를 두고 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아이돌 시장은 이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이라며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기획사의 지원으로 금수저를 물고 활동에 나선 신인그룹 앞에서 작은 기획사의 신인은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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