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로 수입차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내수 시장에서 재고가 쌓이고 수입차 브랜드의 가치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차 재고량은 5만4,781대로 전년 동기(3만1,702대)에 비해 72.8%나 급증했다. 그만큼 잘 팔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추세면 연말까지 8만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수입차 재고 비율(수입 물량 중 재고로 남은 차량 비율)은 25.7%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역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대대적인 할인판매로 재고를 소진해 왔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며 프로모션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자 재고가 증가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고 증가는 사후서비스(A/S)나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내던 대리점들에게 경영 압박이 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태로 국내 수입차 판매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수입차의 재고 대수는 꾸준히 증가해 경영 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수입차 브랜드 가치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4일 브랜드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3분기 100대 브랜드에서 폭스바겐은 지난 분기보다 3계단 하락한 91위를 기록했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확산하고 있어서 조만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대표 브랜드인 BMW도 지난해 3분기 5위에서 이번 분기 15위로 처졌다. 반면 현대차 그랜저는 전분기 대비 6계단 상승하며 38위에 올랐고 쏘나타도 지난 분기보다 20계단 급등해 44위를 기록하는 등 국산차 브랜드는 약진했다.
한편, 국내 최대 자동차 오픈마켓 SK엔카에 따르면 폭스바겐 사태 이후 폭스바겐 중고차 매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판매자가 폭스바겐 매물 가격을 낮춰 조정한 비율이 35%로 평소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 기간 가격 하락 조정 횟수도 140건 내외로 2배 증가했다. SK엔카는 향후 폭스바겐의 잔존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조금이라도 차량을 빨리 판매하기 위해 판매자들이 가격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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