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날부터 갑자기 비와 바람이 심했다. 밤늦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몸에 이상이 생겼다. 미열이 있고 콧물이 나고 몸이 으스스하다. 이른바 감기. 드러누워야 할 정도는 아니다. 눈이 침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매사에 금방 지친다. 잘 자고 잘 먹고 주위를 청결하게 해주면 금방 낫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주기적으로 겪는 일. 그렇게 며칠 지나 몸이 개운해지면 무슨 털갈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다. 몸이 자기를 알아달라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몇 가지 자정행위를 거쳐 본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감기’라는 단어 자체를 곱씹곤 한다. 한자로는 기운(氣)을 느낀다(感)는 뜻. 건강할 땐 몸이 자연 그 자체나 마찬가지여서 특별한 자각을 요하진 않는다. 그러다 통증을 느끼거나 바이러스가 틈입하면 늘 하던 습관이나 관성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진다. 일종의 몸의 자기반성 행위랄 수도 있다.
그렇게 돌아보는 몸은 사뭇 낯설다. 내 몸인데도 내게선 너무 멀게 느껴지고 심할 땐 스스로가 키우고 악화시킨 내부의 적과 마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당연했던 것이 부당한 것으로 변하고 쾌락이었던 게 독이었다는 사후판단도 생긴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몸의 문제이기만 하겠냐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기운을 느낀다는 것. 그래서 어딘가 아프다는 것.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작은 반란의 불씨일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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