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빼돌리고 서류 조작도
시교육청, 前교장 등 18명 고발
문제 발언한 교감은 고발 안 돼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급식 먹지 말라”는 교감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충암고가 관련 감사에서 수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충암중ㆍ고에 대한 급식부문 감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 급식운영 전반에 관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으며 최소 4억1,035만원의 횡령의혹이 있다며, 관련자 파면과 함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교감은 고발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충암중ㆍ고는 조리실에서 교실로 급식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을 맡겼다고 서류를 조작했다. 허위로 용역근무일지까지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학교가 장부상으로 위탁업체에 지급한 금액은 4년간 약 5억2,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리실 근무자들에게 급식 배송을 담당하게 하고 근무하지 않은 인원에 대한 배송료와 용역직원들의 퇴직적립금 및 4대 보험료를 납부한 것처럼 속였다. 이 과정에서 최소 2억5,600여만원을 횡령했다. 또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을 학교급식 담당 직원으로 채용한 뒤 이 직원이 일했던 업체와 부당하게 식자재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사실도 적발했다.
식자재를 빼돌려 그 대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학교는 납품 받은 종이컵, 수세미, 식용유 등 소모품 비용을 과다청구 해 최소 1억5,300여만원을 횡령했다. 특히 새로 구입했다고 기재한 식용유는 실제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재사용을 거듭했다. 위생평가 결과가 해마다 최하위에 머물렀고 학생 선호도 조사는 아예 실시하지 않는 등 학교급식을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한 사실도 적발됐다.
충암초ㆍ중ㆍ고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2011년 교육청의 특별감사에서도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등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고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재단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교육청이 학급수 감축, 특별교부금 중단 등의 징계를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것이다.
시교육청은 급식비리에 연루된 충암고 전 교장 P씨(현 충암중 교장)와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경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급식운영 이외의 전반적인 학교운영에 대한 특별감사를 조만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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