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록으로 단풍 시기 첫 예측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춰져 2050년쯤에는 10월 말 이후의 늦가을에나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대전, 춘천 등 8개 관측소에서 기록한 단풍 시작일과 기온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4일 밝혔다. 국내에서 과거 기록을 토대로 단풍 시기를 예측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풍이 언제 들지는 늦여름과 초가을로 이어지는 기간(8월 27일∼10월 18일)의 기온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데 지난 15년 간 기온은 1.1도 올랐다. 이에 따라 단풍이 물드는 시점도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각각 4.5일, 6.5일 늦춰졌다. 이런 자료를 미국의 단풍 시기 예측 모델(TP 모델)에 적용한 결과 2050년에는 11월이 다 돼야 단풍을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나무 품종별로 기온 변화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평균 단풍 시작일은 단풍나무가 10월 22일, 은행나무가 10월 21일이었으며, 2016~2035년에는 두 나무가 각각 10월 28일, 10월 26일로 늦춰지고, 더 시간이 지난 2046∼2065년에는 10월 31일, 10월 28일로 단풍 시기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 교수는 “같은 온도 변화라도 동ㆍ식물 종류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있어 향후 생태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5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시작돼 이달 17일까지는 전국에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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