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샤오시엔 감독 '자객 섭은낭'은 10여년 전 출연 제의 받아
한국영화 출연 언어문제로 몇차례 좌절
영화 ‘와호장룡’ 등으로 유명한 대만 배우 장첸(39)이 영화 ‘자객 섭은낭’으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005년 부산영화제 개막작 ‘쓰리타임즈’이후 10년 만이다.
‘자객 섭은낭’은 리안(‘와호장룡’ ‘브로크백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 등) 감독과 함께 대만영화를 대표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신작이다. 명문가 출신이나 어려서부터 자객 훈련을 받은 섭은낭(수치)이 옛 정혼자이자 절도사인 티안지안을 죽여야 하는 운명 속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단아한 액션으로 그렸다. 무협의 외피로 당나라 당시의 시대상을 세묘한 영화로 지난 5월 제6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장첸은 섭은낭의 연정을 위협으로 오해하는 티안지안을 연기했다. 그는 한층 성숙한 면모로 중앙정부와 맞선 싸우려 한 지역 호족의 위엄을 선보인다. 지난 2일 오후 한국일보와 만난 장첸은 “다섯 번째 찾은 부산영화제는 언제나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곳”이라며 “감자탕처럼 좋은 음식과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자객 섭은낭’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어온 일생의 프로젝트다. 장첸은 “(10여년 전)‘쓰리타임즈’ 촬영 당시 수치와 함께 출연 제의를 받았다”며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그려낼 당나라 시대가 매우 궁금했는데 이렇게 늦게 만들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배우에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둔다”며 “이번 영화도 같이 창작을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했다.
15세 때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연기에 입문한 장첸은 ‘와호장룡’과 ‘해피투게더’(감독 왕자웨이)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7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의 ‘숨’에 주연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장첸은 목소리는 잃은 사형수를 연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첸은 “한국에는 좋은 감독이 많고, 흥미로운 영화들도 많다”며 “몇 차례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한국어 구사가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언어 장벽이 없고)내게 어울리는 한국영화에 출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첸은 2년 전 자신의 매니저였던 여인과 결혼하며 가정을 꾸렸다. 그는 “아직까지는 결혼 생활 모든 것이 좋다”며 “결혼이 내 연기 이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한 뒤 매우 다른 인생을 살게 됐고 보다 많은 생활 방식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어권 세계적 명장인 리안과 허우샤오시엔, 왕자웨이 감독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세 감독이 동시에 출연 제의를 하면 누구의 작품을 선택하겠냐고 묻자 그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휴가를 가고 싶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곤 바로 짧게 “허우샤오시엔 감독 영화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카메라 앞에 서온 배우답게 재치 있는 이유를 댔다. “셋 중 가장 연장자니까요.”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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