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영업정지 첫 날 6000여명 이탈
“키티 공책 4권 보려면 11살 현아랑 손잡고 오세요.”
SK텔레콤이 단독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 1일 휴대폰 보조금 정보로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암호 같은 이 글은 ‘KT 가입자용 갤럭시노트4를 11만원에 판매하니 현금으로 내라’는 뜻이다.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네이버 ‘밴드’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휴대폰 불법 보조금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1주일간 영업정지로 손발이 묶인 SK텔레콤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경쟁업체들의 음성적인 불법 보조금 정보다.
이 같은 정보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은어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는 ‘공책 5권’, ‘갤럭시S6’는 ‘수육’, LG전자의 ‘G4’는 ‘쥐 4마리’ 등으로 표기하고 이를 취급하는 매장 위치는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쪽지로 전달된다.
그 바람에 SK텔레콤은 기기 변경 혜택을 늘리는 등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영업정지 첫 날인 1일에 6,066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최근 3개월간 SK텔레콤에서 타사로 옮긴 가입자가 일 평균 5,60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빠져나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가입자가 많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평소보다 늘려 보조금을 과다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삼성전자 갤럭시S6, 갤럭시노트4 등 인기 휴대폰의 보조금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1일 번호이동 건수가 1만369건으로 지난달 일 평균 1만5,816건보다 줄었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 과다 지급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규 가입자와 기기변경 이용자 모두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 단속을 피해 주말에 보조금을 집중 지급하는 시장 관례를 감안해 주말 동안 유통망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잘 준수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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