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 낡게 만들지만 약간은 예외가 있는 듯하다. 청순한 아름다움을 상징했던 여배우의 얼굴엔 시간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남다른 외모는 여전했다. 1970, 80년대 영화 ‘테스’와 ‘캣피플’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독일 출신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54)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2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킨스키는 2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1989년 영화 ‘막달리아’의 국내 홍보를 위해 온 뒤 두 번째 방한이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강수연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꿈 속에서나 뵙던 분, 우리의 영원한 여신”이라며 킨스키를 소개했다. 킨스키는 “많은 유능한 심사위원(대만 실비아 창, 김태용 감독 등)과 함께 할 수 있어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부산영화제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영화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좋아해서 깜짝 놀랍다”며 “심사위원으로서 감동을 주고 여운을 남기는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도 했다.
킨스키는 26년 만의 방한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지난 번에 방문했을 때는 한 사찰을 가서 아름답고 영적인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킨스키는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데 이런 의미 있는 시기 부산에 오게 돼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킨스키는 “강 위원장에게서 한국에선 아직 킨스키를 첫 사랑처럼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놀랍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순간과 초심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심사를 하며 신진 감독들의 다양한 영화를 볼 텐데 제 초심과 초창기 시절을 많이 떠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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