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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과학책 읽기]세상을 만드는 분자

입력
2015.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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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는 분자 / 시어도어 그레이 지음ㆍ닉만 사진ㆍ꿈꾸는과학 옮김 / 다른 발행ㆍ240쪽ㆍ3만원
세상을 만드는 분자 / 시어도어 그레이 지음ㆍ닉만 사진ㆍ꿈꾸는과학 옮김 / 다른 발행ㆍ240쪽ㆍ3만원

단순한 몇 개의 레고 블록으로 세상의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레고 놀이는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다. 그런데 누가 만일 레고를 실제로 주지는 않고, 블록의 크기와 생김새, 요철부분에 대한 특징만 알려주고 머리 속에서 뭔가를 조립하는 놀이하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블록을 서로 끼워보고,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하면서 형태를 완성해가는 놀이를 머릿속에서 가상으로만 해내라고 한다면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지적 고문일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으로 대중들에게 화학을 가르치는 시도가 대략 이와 유사하다.

중ㆍ고등학교 때 화학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세상의 모든 물질이 멘델레예프가 제안한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원소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여기서 원소는 하나의 레고 블록이라 할 수 있다. 화학은 물질 세계가 원소라는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낸 세계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지식이다. 여러 원소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각 원소의 원자와 분자의 전자구조에 일어난 변화로 새로운 성질을 가진 화합물이 생겨나며 이 화합물의 집합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인 것이다. 이걸 직접 해보거나 최소한 눈으로 보지 않고 말과 글로만 이해하기란 너무나 힘들다. 대중과학 중에서 유독 화학에 관한 책이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의 화학에 대한 상식은 너무나 부족하다. 화학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은 화학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낳게 된다. 화학이라는 말은 거부감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시어도어 그레이의 ‘세상을 만드는 분자’는 매우 특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매 페이지마다 생생한 사진들을 큼직하게 배치하고 이 사진들과 연관된 화학 원소의 결합 형태를 덧붙인 후 자세한 설명을 달아서 분자로서의 원소가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는 화합물을 이루고 있는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복잡할 거라 생각했던 화학은 재미있는 레고 놀이가 되어버린다. 수소, 탄소, 산소라는 레고로 만들 수 있는 화합물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히 수소와 탄소만으로도 기름, 윤활유, 용매, 연료 파라핀 그리고 합성수지를 비롯한 수많은 탄화수소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산소 원자를 더하면 설탕, 전분, 지방산, 진통제, 색소, 합성수지 등의 탄수화물을 포함한 엄청나게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몇 가지 원소를 더하면 살아있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효소, 분자의 모체인 DNA등 모든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그는 화학에 대한 바른 지식을 정립하는 것이 우리의 엉성한 선입견을 바로 잡는 길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유기(organic)'라는 단어는 무조건 좋고, 화학은 무조건 나쁘며 ‘천연이란 말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는 우리의 천박한 상식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하면 온갖 물질에 대한 상품 광고가 주는 유혹과 위협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고, 화학적 지식과 떼어놓을 수 없는 오늘날의 언론 보도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며, 대기오염과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식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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