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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이 만날 때 새로운 미(美)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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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이 만날 때 새로운 미(美)가 태어난다

입력
2015.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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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라울 뒤피의 초대형 벽화 ‘전기 요정’. 파리의 전력회사가 전기로 인해 달라진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뒤피에게 의뢰한 이 그림은 빛이 존재하기에 보는 행위가 가능함을 표현한다. 원광연 교수 제공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라울 뒤피의 초대형 벽화 ‘전기 요정’. 파리의 전력회사가 전기로 인해 달라진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뒤피에게 의뢰한 이 그림은 빛이 존재하기에 보는 행위가 가능함을 표현한다. 원광연 교수 제공
그림이 있는 인문학 원광연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344쪽ㆍ1만6,000원
그림이 있는 인문학 원광연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344쪽ㆍ1만6,000원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우가 1959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두 문화’라는 제목으로 공개 강연을 연 이래,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대화를 추구하자는 주장은 계속돼 왔다.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예술과 과학 사이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이 분야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문화기술이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안하고 2005년 카이스트 내 문화기술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미래ㆍ게임ㆍ로봇ㆍ우주 등 예술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네 가지 주제로 ‘과학+예술 10년 후’전을 연 전시기획자기도 하다. ‘그림이 있는 인문학’은 원 교수가 과학자의 관점에서 본 예술세계 분석이자, 두 분야를 잇기 위해 활동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기록한 작업노트다.

원 교수가 정리한 과학과 예술의 접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예술이 과학에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주관적인 개념이 객관적 지식체계인 과학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예로부터 신이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창조했다는 가설이 과학적 발견의 모티브가 된 경우가 많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복잡한 천체 데이터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려다 나왔고, 인간 유전자의 이중나선 구조도 나선 형태가 미적으로 아름다웠기에 거부감 없이 수용됐다.

둘째, 예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어떤 모양과 색이 아름다워 보이는지 수학과 과학으로 분석해 왔다. 이 분야의 효시인 이탈리아의 건축가 레오네 바티스타 알베르티(1404~1472)는 저서 ‘회화론’에서 기하학적 분석을 토대로 한 ‘선 원근법’을 제안했다. 빛은 직진하고, 인간의 눈은 그 빛을 받아 현실을 보기 때문에, 회화에서도 하나의 소실점을 찍고 거리에 따라 크기를 달리해 그리면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선 원근법은 지금도 2차원 매체인 회화에서 3차원 현실을 모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디 워홀의 ‘은색 구름’은 실내에 구름을 띄워보자는 워홀의 상상을 전기공학자 빌리 클뤼버가 당시 활용 가능한 첨단 기술로 현실화한 작품이다. 원광연 교수 제공
디 워홀의 ‘은색 구름’은 실내에 구름을 띄워보자는 워홀의 상상을 전기공학자 빌리 클뤼버가 당시 활용 가능한 첨단 기술로 현실화한 작품이다. 원광연 교수 제공

셋째, 과학기술이 예술작품의 새로운 표현수단이 될 수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예술가와 적극적으로 협업한 모나코 출신의 전기공학자 빌리 클뤼버(1927~2004)다. 그는 1967년 미술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함께 예술가와 과학자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익스페리먼트 인 아트 앤드 테크놀로지(EAT)’를 결성했다. 클뤼버는 앤디 워홀의 1965년작 ‘은빛 구름’을 기술적으로 지원했다. 워홀은 뉴욕 카스텔리화랑 실내에 구름을 띄워보고 싶어했는데 클뤼버는 이를 수소가 적당히 들어 있는 은빛 풍선 여러 개를 띄우는 것으로 실현해냈다.

원 교수는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현대 미술로 빅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이터 아트, 인체와 기계의 경계를 탐색하는 로봇 아트를 소개한다. 또 3D 프린터와 웨어러블 컴퓨터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미술을 등장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예술과 과학기술은 생각보다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미친다. 현대예술을 감상할 때 르네상스맨의 대표격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던 것처럼 두 분야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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