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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니 저희도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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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니 저희도 놀랐어요

입력
2015.10.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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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감상 나누는 독서 토크쇼

출연진은 "어렵다" "싫다" 솔직 대화

"시청자도 참여할 방법 고민 중"

책 토크쇼 '비밀독서단'의 김도형 PD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 독서모임이나 북콘서트 같은 것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책 토크쇼 '비밀독서단'의 김도형 PD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 독서모임이나 북콘서트 같은 것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최근 시집이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일이 있었다. 주인공은 시인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일에 시인도 놀랐고 출판사도 놀랐다. 케이블채널 O tvN의 독서 토크쇼 ‘비밀독서단’에 이 책이 소개된 직후 생긴 일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김도형(41) PD는 2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한 회에 책 한 권만 화제를 모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집이 1위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비밀독서단’은 오락이 목적인 토크쇼 형식에 교양을 더한 프로그램이다. 개그맨 정찬우, 래퍼 데프콘, 아나운서 출신 김범수, 배우 예지원, 작가 조승연, 남성잡지 기자 신기주씨가 매주 한 가지 주제로 책을 한 권씩 선정해 각자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제작진은 10명의 외부 선정위원과 출연진, 제작진이 추천한 100권 안팎의 책 가운데 3~5권을 최종 확정한다. 인문서에서 만화, 시집, 사진집, 소설, 전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지금까지 세 차례 방송했다.

김 PD는 ‘롤러코스터’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을 만들어 교양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있는 연출자였다. ‘비밀독서단’을 기획한 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은 많은데 왜 책을 다룬 프로그램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책 장르는 점점 세분화하고 사는 사람도 많은데 왜 주변에서 책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까 생각했죠. 여기저기 물어보니 대부분 책을 사는데 끝까지 정독하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어요.”

“가볍고 쉬우면서 만만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김 PD의 설명처럼 ‘비밀독서단’은 책을 다루지만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다. 다섯 출연자가 책을 다 읽고 토론과 농담을 섞어가며 감상과 해석을 나눈다. “출연진 섭외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읽을 시간이 있는 분들을 택했습니다. 역할 분담도 고려했고요. 읽지 않으면 들통 나니 모두 책을 다 읽고 옵니다.”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내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정찬우씨는 진행자로 캐스팅을 했어요. 본인도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매번 책을 다 읽고 오세요. ‘내가 이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다니 참 묘한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만족해 하세요. 저도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됐죠.”

시청자들의 반응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게 박준 시인의 시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 김민웅의 ‘동화독법’도 서서히 판매량이 오르고 있다. 김 PD는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읽은 것 같은 효과를 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 프로그램을 본 뒤 책을 읽으려고 해서 놀랐다”며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건 MBC ‘느낌표’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KBS 교양 프로그램 ‘낭독의 발견’은 방송 9년 만인 2012년 폐지됐고 이듬해 야심 차게 시작한 KBS 예능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는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김 PD는 “진정한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 아니냐”며 “사람에 책을 대입해야지 책에 사람을 대입하는 건 아니니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선정해 가르치기보다 다양한 관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를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원칙도 그래서 세운 것이다.

“출연자들은 책이 난해하면 어렵다고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다고 말해요. 다른 독법을 솔직하게 말하고 공감 또는 충돌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그걸 본 뒤 시청자들도 소개된 책을 자기 취향에 따라 골라 읽으면 좋겠어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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