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양재IC 부근 CCTV 기둥에 철조망이 둘러쳐 있다. 자세히 보니 칭칭 감겨진 철조망 안쪽으로 까치집이 자리잡고 있다. 날카로운 철조망을 뚫고 집을 지었는지 까치집이 들어선 다음 철조망을 두른 것인지 알 순 없으나, 까치에게 순순히 집터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만은 제대로 엿보인다. 인정머리 없는 풍경을 앞에 두고, 감을 딸 때도 날짐승을 위해 여남은 개는 남겨둔다는‘까치밥’의 미덕을 떠올렸다. 말 못하는 미물이라도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씨야말로 가을을 보내는 서민들의 보편적 정서였다. 까치집이 CCTV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 길은 없으나 그 주위로 얼기설기 얽힌 철조망이 팍팍하기만 한 우리 삶의 굴레처럼 느껴져 못내 씁쓸하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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