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보다 경영 자율성 보장해 기업가치 올리는 게 낫다" 판단
1인당 조정 영업이익 등 항목 없애고, 과점 주주 형성 땐 즉각 손 떼기로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과도한 경영 통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시장의 신뢰와 기업 가치를 높여 현재 중동계 국부펀드들과 진행 중인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일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분의 51.04%를 보유한 우리은행이다.
금융당국은 2000년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 상황과 실적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다. 이 약정에 따라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년 우리은행에 경영목표를 정해주고, 이를 어길 경우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제재를 가해 왔다.
하지만 네 차례 매각 실패를 겪은 후 정부는 통제보다는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수익을 내는 과정을 통제하는 대신 수익 창출 결과만 따지는 방향으로 약정을 개선키로 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영업이익을 냈느냐를 따지는 ‘판매관리비용률’과 생산성을 임직원 수로 나눈 ‘1인당조정영업이익’을 MOU의 수익성 지표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용률 삭제로 광고선전비 확대, 전략적 지점 개설 등을 통해 영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1인당조정영업이익 삭제는 인력채용 및 구조조정 등에 있어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결과 중심 관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자기자본효율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수익성 지표에 추가된다.
또 우리은행이 종합 목표달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 지표별 ‘과락제’가 폐지되고, MOU 점검 방식도 대폭 축소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MOU 해지 조건을 현행 ‘(예금보험공사의) 1대 주주 지위 상실’에서 ‘과점주주군 형성 등 예금보험공사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로 변경하는 방침도 포함시켰다. 과점주주가 형성될 경우 즉각 우리은행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중인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조치다. 금융위는 지난 7월 말 우리은행 매각 방식으로 ‘과점주주 방식’을 채택하고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쪼개 팔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중동 펀드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협상이 진행중인 상태다.
다만 정부는 원금 회수를 위해서는 1만3,500원 이상에 매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어 중동 펀드와의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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