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막판으로 치닫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선 '허리싸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해 10구단 체제로 변신하며 5위 팀에 와일드카드 자격을 주기로 한 프로야구는 1위~4위까지의 ‘가을야구’ 주인공들이 정해진 가운데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놓고 SK와 한화, KIA가 막판까지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도 인천과 제주가 4일(일) 오후 2시 일제히 시작되는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에서 상위 스플릿 진입을 향한 최후의 혈전을 펼친다.
● 5위 자리에 목숨 건 프로야구
10월이 되기 전 주인공이 가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SK와 한화, KIA는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와일드카드의 가능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 번 질 때마다 탈락으로 다가서는 이들에겐 ‘매직 넘버’와 대비되는 ‘트래직 넘버(tragic number·잔여 경기를 다 이겨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숫자)’가 부여됐다. 하루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와일드카드 진출에 필요한 새로운 경우의 수가 매겨지며 흥미를 더해왔다.
현재로선 5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SK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매우 유력하다. 3일 두산에 1-2로 패하며 덜미를 잡혔지만 같은 날 한화도 넥센에 3-4로 패하며 와일드카드 확정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자연히 한화와 KIA에 주어진 경우의 수는 줄어들었다. 한화는 SK가 남은 2경기에서 전패하기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더라도 한화는 남은 LG와 kt전을 모두 이겨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얻는다. 또 다른 변수는 KIA다. 한화와 SK보다 3경기가 많은 5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KIA가 5경기를 모두 이기면 자력 진출, 이중 3경기 이상 지면 탈락이다. SK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가 바뀔 여지도 있다.
여기에 막판 5위 싸움이 1위, 3위 싸움과 맞물리며 흥미가 더해졌다. SK가 상대할 NC도 선두 삼성과의 경기 차가 1경기에 불과해 페넌트레이스 1위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놨다. KIA와 3연전을 앞둔 두산 역시 넥센과의 3위 싸움을 끝까지 이어갈 태세다. 와일드카드와 최대 두 차례 경기를 펼쳐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 대접 못 받던 6위 자리를 위한 전쟁
또 다른 가을 잔치를 준비 중인 프로축구에선 6위 자리를 건 전쟁이 눈앞이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아직 그룹 A(1위~6위)와 그룹 B(7위~12위)의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았다.
스플릿 시스템은 상위 6개 팀과 하위 6개 팀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한 팀 당 5경기를 더 치른 후 최종순위를 가리는 제도다. 상위 스플릿에 속한 팀들은 우승경쟁을 하게 되고 하위 스플릿에 속한 그룹들은 강등 전쟁을 펼친다. 최종 승점에서 하위 그룹 팀이 상위 그룹(1~6위) 팀보다 높더라도 6위 이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현재 6위 인천(승점 45)과 7위 제주(승점 43)의 올시즌 운명은 마지막 남은 한 경기에 의해 극명히 갈린다. 시즌 초반 강등 1순위로 꼽혔던 인천은 시즌 중반 이후 매서운 상승세로 어느덧 그룹 A 확정을 눈앞에 뒀다. 성남FC와 리그 최종전에서 이기면 그룹 A에서 강등 걱정 없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만일 인천이 지고 제주가 선두 전북(승점 68)을 꺾을 경우 두 팀의 운명은 뒤바뀐다. 8위 전남(승점 42)역시 그룹 A 진입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천과 제주가 패한다는 전제 하에 큰 점수차로 서울을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1위는 전북, 최하위는 대전(승점 12)이 유력한 가운데 스플릿 시스템마저 없었다면 막판 순위 경쟁이 김이 샌 채로 흘러갔을 공산이 컸다. 2012년부터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이 시즌 막판 흥행몰이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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