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여는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했던 난치성 심장기형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에 따라 10년마다 인공 판막을 교체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국내 중증 심장기형 환자의 현황은 아직 정확히 파악돼 있지 않지만, 세브란스병원에만 1,500명 이상 등록돼 있다.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팀은 최근 심장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폐동맥 폐쇄증과 선천성 복합 심장기형질환인 팔로4징후군 등을 앓아온 환자 3명에게 다리 정맥으로 카테터(가느다란 관)를 집어넣어 망가진 폐동맥까지 접근한 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 환자들은 3, 4일 입원 후 일상에 복귀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폐동맥은 심장의 4개 방(좌우 2심방, 2심실) 가운데 우심실에서 폐로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여기에는 심장에서 뿜어내는 피가 한쪽으로만 흐르고 역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판막이 놓여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인공 판막으로 바꿔주고, 평균 10년 정도 지나면 제 기능을 잃어 다시 교체해야만 돌연사 등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가슴수술은 환자 건강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수술 후 감염으로 심장에 염증이 생기고, 장기가 들러붙는 유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공 판막 교체시기는 짧아지고 수술시간이 길어져 환자 불편이 컸다.
새로운 시술법은 환자 다리정맥을 약간 잘라내 카데터를 넣고 이를 심장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 근처로 접근한 뒤 기존 판막 안으로 새 판막(18∼22㎜)을 겹쳐 끼워 넣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심장 내부로 카테터가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지는 시술인 만큼 고도의 숙련도와 환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폐동맥 인공 판막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현재 인공 판막 수술 치료에 준하는 보험 혜택이 적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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