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건강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이른바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애플의 애플워치처럼 손목에 차는 시계 형태로 심박수, 운동량, 수면패턴 등의 정보를 보여줘 이용자가 이를 토대로 다이어트와 운동을 쉽게 할 수 있어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피트니스 트래커 전용 기기(애플워치 제외)는 약 2,500만대. 시장이 확대되면서 2018년에는 관련 시장이 5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몸에 밀착하는 ‘웨어러블’스마트 기기와 바이오칩의 기술적 진보, 그리고 다이어트 등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확대가 맞물려 피트니스 트래커는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운동량을 측정해 소비된 에너지양을 보여주고, 이를 토대로 식사량을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만큼 이들 장비의 효능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오래 게으름을 피우면 진동으로 자극하고, 무선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몇 칼로리를 태웠는지 끊임없이 알려준다. 함께 사용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도록 독려해 더욱 날씬한 당신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해준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피트니스 트래커를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200달러(평균적인 가격)짜리 고무재질의 보석을 손목에 차는 것일 뿐”이라는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과연 당신의 손목에 얹어진 피트니스 트래커는 신뢰해도 될만한 헬스 코치인가.
운동을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효과적
최근 영 일간 가디언이 피트니스 트래커의 효능에 관한 논란을 조명했다. 신문은 몇몇 대학들의 연구들을 제시하며 핏비트(Fitbit), 조본(Jawbone), 나이키플러스퓨얼밴드(Nike+ Fuelband) 등 대다수 피트니스 트래커 브랜드들의 효율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데이터측정값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용자의 식습관을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 2,500만대의 피트니스 트래커 수만큼 심장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람이 생겼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스마트폰을 힐끔거리며 자기만족에 빠져 한껏 게으름을 즐기도록 해주는 핑계거리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위스콘신주립대와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의 피트니스 트래커 이용자 연구 결과를 보면 우선 “이들 장치는 사용자가 자신의 운동결과를 지켜봐 목표를 설정하게 이끌며, 계속해서 친구들과 결과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다. 장치 사용이 운동을 하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위스콘신 연구팀은 51명의 갱년기 비만여성을 대상으로 25명에게는 핏비트를, 나머지 26명에겐 일반적인 만보기를 줘 사용하도록 했다. 한 달 후, 피트니스 트래커인 핏비트를 사용한 집단에서 1주일 당 1시간의 운동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의 양바이 연구원은 자체 연구에서 “피트니스 트래커 사용자 집단의 80%가 3개월 동안 단절 없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에너지소비량 측정 등에서 오류 빈번해
이처럼 이용자를 운동장으로 몰아내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있는지에 한 조사결과는 부정적이다.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은 올해 초 진행한 연구에서 5개 브랜드의 피트니스 트래커를 사용하는 52명을 대상으로 실제 열량 소비량과 이들 장치에 나타난 값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중대한 수준의 불일치’를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15~30% 가량의 오차범위가 나타났다”라며 “팔의 움직임을 측정해 계단 오르내림 값을 환산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부분의 에너지소비 측정에선 대체로 부정확했다”고 말했다.
미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제출된 매사추세츠주립대 신체운동학 연구팀의 2014년 4월 논문에서도 “에너지소비량 측정이 정확하지 않아 체중조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디언은 “브랜드들에 따라 어떤 제품은 요가와 에어로빅 운동의 에너지소비량을 과대 측정하는가 하면, 몇몇 제품은 거꾸로 과소 측정한 사례들을 보였다”라며 “운동으로 소비된 칼로리를 실제보다 적게 나타내면 좌절감을 안겨주고, 반대로 많게 계산하면 운동 보상심리를 키워 과식을 유도한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립대 연구팀의 카드무스 버트람은 “사람들은 피트니스 트래커를 맹신하고 심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 장치는 그저 사람을 움직이게 동기를 부여하는 정도이지, 직접 운동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감, 기능적 오류 등 지적
피트니스 트래커가 일반 스마트폰에 장착된 운동감지시스템보다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테쉬 파텔 박사가 이끄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14명의 실험자가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하고 주머니에는 스마트폰을 넣게 한 후 러닝머신에서 걷게 해 실제 걸음 수와 이들 장치의 산출값을 비교했다. 미 의사협회 기관지(JAMA)에 실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값은 실제 걸음 수에 비해 최대 6.7%의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피트니스 트래커 특정모델(나이키플러스퓨얼밴드)의 경우 22.7%까지 달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피트니스 트래커들은 동기부여자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을까. 효율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운동을 촉발하는 효과가 뚜렷하다면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만만치 않다. 의학정보지 ‘더 컨버세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여성 핏비트 사용자 2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9%가 과중한 목표설정에 부담을 느끼며, 일상이 전자장치에 의해 통제되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이 59%에 달했다. 이 매체는 이를 피트니스 트래커의 ‘어두운 면’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대다수(91%)는 착용 후 보다 먼 거리를 걷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헤더 밀튼 뉴욕대 운동생리학과 교수는 “이들 장비가 건강 증진에 실제로 효율적인지 여부를 떠나 운동량을 늘려준다는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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