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스킨십을 강화함과 동시에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완종 리스트’파문 이후 다시 부푼 반기문 대망론, 한 주를 뜨겁게 달궜던 논란을 정리했다.
● 반기문은 누구인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연임까지 일군 반 총장은 한국인의 ‘아이콘’이다. 194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고2때 적십자사에서 주최한 영어 웅변대회 입상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존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을 만난 이후 외교관의 꿈을 갖고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70년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김영삼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 김대중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차관, 노무현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다. 2007년 1월부터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1년 인터뷰)
반 총장은 ‘조용한 리더십’의 대가로 불린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실질적 수장으로 전세계 192개 회원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하는 고난도의 외교력이 필요한 자리다. 반 총장은 그간 몸에 밴 겸손함과 뛰어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왔다. 하지만 외유내강형 리더십은 때때로 유약한 스타일로 비춰져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반기문 대망론, 왜 뜨는가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정치권에 불거진 것은 지난 대선께다. 충청도 출신으로 화려한 이력을 갖춘데다 중도적인 이미지로 표심을 잡을 수 있어 여야 모두 탐내는 후보로 물망에 오르곤 했다. 반 총장이 정치 입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데다 2011년 유엔사무총장 연임이 확정되면서 잊혀지는 듯했지만, 다음 대선에서 마땅한 인물이 없는 친박계에서 ‘반기문이 대안이 될 수 있다’이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칼럼보기)
‘반기문 대망론’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무르익었다. 반 총장이 주요 박 대통령의 유엔 외교를 적극 뒷받침하면서 이러한 행보가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모종의 공감대를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엔 관심이 없다”며 정치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그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사보기)
● 대선후보, 시대 흐름 따라 변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관계 없는 인물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건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우리 정치사를 살펴보면, 정치권이 인물난에 시달릴 때마다 '제3의 인물'이 떠오르곤 했다. 18대 대선에선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당시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 17대 대선의 문국현 전 국회의원(당시 유한킴벌리 사장), 16대 대선에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2002년 당시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이 있었다.
‘정치불신’과 ‘정치혐오’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선 늘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현재 대권주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계파를 대표하는 고만고만한 주자들만 난립할 뿐, 정작 국민의 신망을 받는 지도자감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실정치와 한발 떨어져 있는 반 총장이 세계무대에서 보여주는 외교력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인물난에 허덕일 때마다 외부 수혈을 반복하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꾸짖기도 한다. (▶칼럼보기)
● 반기문 대망론, 가능성은 어디까지?
‘반기문 대망론’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섣부르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일단 반 총장은 “국내 정치엔 관심이 없다”면서도 대권불출마는 공언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흐름은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선 내년 12월 반 총장의 퇴임과 이로부터 1년 뒤인 다음 대선을 연계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외교전문가인 반 총장이 '정치전문가'로 변신해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의 ‘반기문 대망론’ 부채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반 총장도 훌륭한 후보 중 한 사람”이라며 친박계의 ‘반기문 모시기’를 부정하지 않았다. (▶인터뷰전문)공천권을 놓고 갈등 중인 친박계가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흔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반기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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