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펜 요원 전유수(29)가 마운드에 오르면 인천SK행복드림구장 띠 전광판에 '버팀목'이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사전적 의미는 '물건이 쓰러지지 않게 받쳐 세우는 나무'다. 이 단어에 꽂힌 팀 동료들은 전유수를 '버팀목'이라고 부른다.
최근 전유수는 SK 중간 투수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시즌 초반 추격조와 필승조 경계에 있었지만 시즌 막바지 필승조로 자리를 굳혔다. 김용희 SK 감독은 "전유수의 공이 정말 좋다"면서 "삼성전(9월25일) 세이브 이후부터 아주 자신감이 붙었다. 혼신을 다해 던진 건 팀에 큰 메시지를 줬다"고 칭찬했다.
전유수는 9월 한달 간 최고의 투구를 했다. 11경기에서 1승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13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박정배(8.53)와 박희수(7.20), 윤길현(5.19)이 주춤했던 걸 전유수가 메웠다. 또 25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불안한 1점차 상황, 마무리 정우람이 손톱 부상으로 갑자기 내려가는 돌발 변수에 임시 마무리로 나가 1이닝을 세 타자로 깔끔하게 막고 2013년 5월7일 인천 두산전 이후 870일 만에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이날 투구는 전유수의 자신감을 일깨우는 전환점이 됐다.
전유수는 "어떤 상황이든지 나가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다"며 "신기하게도 더울 때는 안 좋다가 선선해지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최근 상승세의 비결을 밝혔다. 7, 8월 안 좋았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투구 폼을 교정한 것도 아니고 새 무기를 장착한 것도 아니다. 지난 시즌처럼 여름보다 가을에 더 강했고, 올해도 반복되고 있는 결과다.
전유수는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시즌 초반 적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던지면 충분한 휴식을 줬다. 그래서 지금 힘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삼성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고, 중요한 직책을 맡을 기회가 왔으니까 꼭 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버팀목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다는 좋은 뜻 아닌가"라며 "작년보다 올해 더 성장했다고 스스로 느낀다. 단순한 기록으로 볼 게 아니라 정신적인 면이 더 강해졌고,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포스트시즌 무대에 꼭 서고 싶다. 팀 분위기도 좋고 뒤를 받치는 든든한 선배들도 있다. 내일이 없는 포스트시즌인 만큼 마운드에 오르면 혼신의 힘을 다해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SK 전유수.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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