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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놀이터 지키기

입력
2015.10.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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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한국일보 하단광고에 그네 그림이 종종 등장했다.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가 폐쇄되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벌이는 ‘놀이터를 지키자’ 캠페인의 일환이다. 올해 초부터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1,581개의 놀이터가 한꺼번에 폐쇄된 때문이다. 법에서 정한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이유다. 황폐해진 놀이터엔 폴리스라인 같은 붉은 테이프가 둘러쳐지고, ‘놀다가 사고가 나도 책임 못 진다’는 식의 안내문도 내걸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펼치는 캠페인과 서명운동의 영향 때문인지 폐쇄된 놀이터 가운데 현재까지 절반 정도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사회취약계층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의 놀이터는 대부분 방치돼 있다. 자체적으로 수리ㆍ보수를 하기 위한 돈이 없는데, 지방자치단체가 도와주려 해도 근거규정이 없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 등이 지난 6월 해당 지자체가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국회 차원에서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폐기될 상황에 처해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선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용이 금지된 놀이터를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일률적으로 나열된 ‘놀이기구 전시 공간’을 진정한 ‘놀이의 터’로 바꿔가자는 취지다. 그네 미끄럼틀 등이 수십년 전의 그것이어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주위 환경도 ‘놀이의 터’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놀이기구의 안전과 놀이터의 안전은 다르다’고 말한다. 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PC방보다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 총회는 ‘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우리는 1991년 이를 비준했다. 협약 제31조는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기회제공을 장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준된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2007~2011년)을 맡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스스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어른들에게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정병진 논설고문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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