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스무 번째 출항에 나섰다. 1일 오후 인도영화 ‘주바안’의 상영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이어질 영화의 바다를 열었다. 75국 304편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이날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악천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펼쳐졌다. 인기 배우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의 사회 속에 유지태 박해일 탕웨이 등 국내외 유명배우와 감독, 제작자 50명가량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레드카펫 행사 뒤 선보인 ‘주바안’은 집단 춤과 전통음악으로 점철된 발리우드영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인도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제즈 싱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야심 찬 청년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서정적인 화면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의 중심인물은 인도 펀잡 지방의 가난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딜셰르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지녔던 딜셰르는 아버지가 남긴 마음의 상처 때문에 사업가가 되려 한다. 그는 유명 사업가 시칸드를 만나러 대도시 델리를 찾는다. 돈과 사업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시칸드는 저돌적인 면모를 지닌 딜셰르를 곁에 둔다. 시칸드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딜셰르에게 질투를 느낀다. 불법과 폭력을 마다 않으며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던 딜셰르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닫는다.
영화는 딜셰르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도하는 모습처럼 비춘다. 현대적인 춤과 음악을 인도 전통 음악, 전통 춤과 섞으며 낯선 아름다움을 전한다. 품은 이야기는 판타지처럼 비현실적이지만 관객들에게 위안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이날 오후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는 싱 감독과 주연배우 사라 제인 디아스, 비키 카우샬, 라가브 차나나, 제작자 구니트 몽가, 샤안 비아즈가 참석해 ‘주바안’에 대한 평을 나눴다. 여배우 디아스는 영화 속에서 부른 노래를 기자들 앞에서 불러 시선을 끌었다.
위성방송TV에서 방송작가와 프로듀서 등으로 활약했던 싱 감독은 “12년 전 영화계에 입문한 뒤 7년 가량 걸려 이 영화를 준비했다”며 “모든 사람이 행복해 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평안을 찾고 스스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인도도 최근 사회적 변화가 크기에 젊은 세대가 즐기는 다양한 음악을 활용해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런치박스’ 등 서구에서 주목 받은 인도영화를 제작해온 제작자 몽가는 “이 작품은 인도 독립영화의 새 시대를 대표한다”고 자부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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